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도입이다. 전 세계 최초로 사람(심판)이 아닌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은 판정하는, 이른바 '로봇 심판' 시대가 열렸다. 현장에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프레이밍(Framing) 무용론'이었다. 기계가 판정을 하니 심판의 눈을 속이는 포수 미트질이 필요 없어진 것 아니냐는 의미다.
KBO리그 A 구단 포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ABS가 계속 진행된다면 포수의 프레이밍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의 궤적을 확인한다거나 투수가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하지만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프레이밍이 스트라이크 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면 의미가 없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ABS는 선수 신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S존)이 달라진다. S존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 또 좌우는 홈플레이트 폭(43.18㎝)에서 각 2㎝까지 허용된다. 포수가 포구를 어떻게 하더라도 기계에 설정된 코스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 콜이 불린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프레이밍보다 (주목을 덜 했던) 타격이나 블로킹, 2루 송구 같은 부분에 인사이드 워크(상대 팀의 작전 등을 파악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전략)가 핵심으로 대두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반론도 작지 않다. B 구단 포수는 "포구의 부담이 덜한 거지 프레이밍이 그런 건 아니다. 투수가 힘껏 던지는데 대충 잡을 수 없지 않냐"며 "옛날처럼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들 수 없으니, 부담이 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투수가 기분 좋게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이밍의 바탕이 포구라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투수 출신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포수가 프레이밍을 하면 잔상이 남는다"며 "생각한 밸런스로 목표한 곳에 투구한 공이 날아간다면 타깃 설정을 위해서라도 프레이밍을 해주는 게 낫다. 다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포수가 신경 써서 잡아주면 집중력이 올라가긴 한다"고 말했다. 포수 출신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프레이밍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다. 포수가 공을 확실하게 잡아줬을 때, 투수는 더 느낌이 온다"며 "로봇 심판이 도입되더라도 포수를 바라보는 기준이나 포수 육성 기조 등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프레이밍 장인'으로 불리는 유강남(롯데)도 마찬가지다.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포수의 가장 큰 임무는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안정감 있는 포구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전보다 투수의 공을 더 '맛있게(편안하게)' 잡아주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