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연예인은 떼어 놓을 수 없다. 가수·배우 등 스타들이 게임 홍보를 하거나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요즘은 엔터테인먼트사(이하 엔터사)가 게임사와 손잡고 초기 기획부터 주도권을 갖고 자사 스타들을 내세운 게임을 선보이는 등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엔터사가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개발 조직을 갖추는 것부터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성공하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엔터사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일을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도전하고 있다. 게임 전문 자회사인 하이브IM을 앞세워 게임 시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하이브IM이 제대로 된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체 개발에 유통까지
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IM은 이날 신작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을 정식으로 글로벌 출시했다.
모회사 하이브가 1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게임사 플린트가 8년 간 만든 별이되어라2는 전 세계 170개국에서 누적 다운로드 2000만건, 누적 매출 3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모바일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별이되어라’의 후속작이다.
이번에는 횡스크롤 전투 방식과 30종 이상의 수집 가능한 캐릭터를 더해 차별화한 2D 액션 MORPG로 선보였다. 고혹적이며 수려한 일러스트와 스토리 연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1800컷 이상의 컷신 콘티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별이되어라2가 하이브IM의 첫 퍼블리싱(서비스·유통) 게임이라는 점이다.
회사는 2021년 모바일 리듬게임 ‘리듬하이브’, 2022년 BTS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모바일 매치3 퍼즐게임 ‘인더섬 위드 BTS’ 2종의 자체 개발작을 선보이며 게임 시장을 뛰어들었다. 두 게임 모두 누적 가입자 수 800만명을 넘었고, 해외 이용자 비중이 96%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제 별이되어라2로 글로벌 퍼블리셔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차례다. 분위기는 좋다. 지난해 독일 게임전시회 ‘게임스컴 2023’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글로벌 게임 서비스 플랫폼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50개 게임에 선정됐다. 지난달 사전등록에는 14일 만에 글로벌 등록자 250만명이 넘으며 유저의 관심이 고조됐다.
하이브IM은 이 같은 열기가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13개국 언어와 모바일·PC 멀티 플랫폼 등을 지원하고, 하이브 소속의 세븐틴 멤버(호시·승관)가 참여하는 OST를 선보이는 등 엔터사로서의 강점도 적극 활용했다.
하이브IM은 별이되어라2의 성공을 발판삼아 ‘던전 스토커즈’ ‘프로젝트OZ’ ‘프로젝트A’ 등 파트너사의 다수 신작을 순차적으로 선보여 ‘퍼블리싱 명가’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주가 부양용? 제대로 된 ‘종합 게임사’ 지향
하이브IM이 자체 개발에 퍼블리싱까지 장착하면서 ‘종합 게임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여기에 게임 개발자들로 진용을 꾸린 점도 게임 사업에 진심임을 보여준다. 정우용 대표는 네오위즈와 넥슨 등에서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한재갑 부대표와 김성훈 부대표도 각각 네오위즈·네오플, EA코리아·넷마블에프엔씨 등에서 활약한 개발자들이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200명의 임직원 중 50% 가량이 개발자다.
모회사인 하이브의 박지원 대표도 게임 전문가 중 전문가이다. 2021년 선임된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에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음악 사업 혁신을 위해 러브콜을 했지만 게임 사업까지 맡겼다. 방 의장은 “박 대표가 없었으면 게임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요소가 함축된 게임 사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새롭고 즐거우며, 다채로운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는 우군 확보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개발 주역 박범진 대표가 설립한 아쿠아트리에 300억원(하이브), 신생 개발사 마코빌에 50억원(하이브), 신작 ‘던전 스토커즈’를 개발하고 있는 액션스퀘어에 20억원(하이브IM)을 각각 투자해 퍼블리싱 게임 라인업을 확보했다.
정우용 대표는 “하이브IM은 별이되어라2의 론칭을 통해 게임산업에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맞이했다”며 “이는 기업의 첫 퍼블리싱 게임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하이브IM은 앞으로 자체 개발 라인업과 함께 다가오는 퍼블리싱 게임들을 전략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게임업계는 하이브의 엔터사답지 않은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A 게임사 관계자는 “엔터사들이 게임 사업을 투자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근데 하이브는 게임 개발자 출신들이 주축이고 자체 개발도 하는 등 게임에 진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B 게임사 관계자는 “하이브의 명성에 자본, 게임을 잘 아는 맨파워까지 갖추고 전략적으로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종합 게임사로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별이되어라2의 성공과 함께 향후 M&A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빅 게임사로 거듭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