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에서 4번을 배정받은 선수는 출발 총성과 동시에 대열 선두에 위치한다. 다른 선수가 본인 앞으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위치 변경 없이 앞서 주도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를 초주 선행이라고 한다. 체력 안배와 앞으로 치고 나서는 타이밍이 중요한 경륜에서 선두로 경주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과거 선수들 사이에선 "강자라고 하더라도 4번을 배정받으면 한숨부터 나온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어떤 선수가 초주를 배정받느냐에 따라 앞쪽과 뒤쪽의 줄서기 양상이 결정된다. 초주 앞으로 들어가는 순서에 따라 경주 결과가 달라질 때도 있다. 때로는 초주 선행이 승부의 주도권을 쥐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4번 선수 앞으로 진입하려는 선수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경주 경향이다.초주 선행을 이용해 줄서기를 방해하는 작전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8일 광명 6경주에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작전이 나왔다. 김지광(20기·A1·인천 검단)이 초주 선행하는 선수 뒤에 자리 잡고 있다가 앞서가려는 선수들을 계속 막아내며 원하는 줄서기를 방해했다. 결국 이 작전이 통했다. 김지광은 막판 젖히기로 우승을 차지하며 결승 경주까지 진출했다.
초주 선행이 독이 되는 경주는 일요일에 두드러진다. 강자들이 빠진 편성이 많은 편이라, 이름값있는 선수 대부분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들이 초주 배정을 받으면 이를 해제시켜 주기보다 그 뒤에서 줄 서는 모습이 나타난다. 올해부터 달라진 득점 체계가 영향을 미쳤다. 일요일 경주라도 우승하게 되면 득점이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자라도 항상 초주 선행이 해제된다고 맹신하면 안 된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