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2023~24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의 키워드는 ‘혈투 시리즈’다. 정규리그 6위로 PO 막차를 탄 현대모비스가 예상을 깨고 3위 KT를 상대로 분전하면서 매경기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수원에서 열린 PO 2차전에서 현대모비스가 KT를 79-77로 이기면서 시리즈 1승1패로 균형이 맞춰졌다. 5일 1차전에서는 KT가 93-90으로 승리했다. 1차전은 3점 차, 2차전은 2점 차로 승패가 갈렸다. 두 경기 모두 종료 20초 안팎에 위닝 샷이 나왔다.
2차전은 2시간 19분간 경기가 진행됐는데, 이는 연장 없는 정규시간 기준 프로농구 역대 최장 시간 경기 신기록이다. 경기 중 U파울(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파울) 비디오판독이 수차례 나오면서 시간이 지연됐고, 현대모비스의 게이지 프림이 한 차례 U파울을 인정받았다. 경기 중간중간 양팀 선수들이 충돌 직전까지 가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혈투가 이어지면서 시리즈 분위기는 현대모비스에 다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 일대일 매치업 비교를 해보면 이 시리즈에서는 KT가 확실한 우위다. KT의 허훈, 문성곤, 하윤기는 국가대표 선수들이고, 패리스 배스는 정규리그 득점 1위였다. 현대모비스는 박무빈, 미구엘 안드레 옥존이 모두 신인인데다 김국찬과 이우석은 이름값에서 아직 최고 스타라고 말하기 어려운 위치다. 게이지 프림은 정규리그 득점 7위였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끈적한 수비로 KT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KT의 주득점원인 허훈과 배스를 지치게 하겠다”고 밝혔다. KT의 원투 펀치 배스와 허훈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KT가 현대모비스를 압도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현대모비스는 허훈에게 이우석이 밀착 수비를 하고, 배스에게는 수비에 능한 케베 알루마를 붙였다. 여기에 베테랑 최진수가 배스 수비에 가세한다.
배스와 허훈 모두 정규리그보다 PO에서 득점이 늘었다. 그러나 상대의 끈질긴 수비에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패턴으로 공격을 하지 못해 영양가 있는 득점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현대모비스는 신경전에 능하지만 동시에 흥분도 잘하는 배스의 성향도 역이용하고 있다. 알루마는 2차전 후 “배스가 트래시토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나도 거기에 맞서기 위해 준비했고, 우리 팀의 최진수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도와줬다”며 웃었다.
현대모비스에는 뛰어난 전문수비수도, 20득점 이상을 책임져줄 특급 스코어러도 없다. 그러나 벤치 멤버를 풀가동하는 인해전술로 버티고 있다. 1차전에서 현대모비스는 벤치 득점 32-19, 2차전에서는 29-5로 KT를 압도했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우위를 가져간다면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우리가 유리해진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