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8일 열린 2023~24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규 기자
"고민은 많이 했고, 구단과 논의를 마쳤다. 내년에도 많은 팬들 위해 한 번 더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개인 통산 6번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은퇴를 미루고 2024~25시즌 우승에 재도전한다.
김연경은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24 V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그는 기자단 투표 총 31표 중 20표를 획득, 양효진(현대건설·5표)을 가볍게 제쳤다. 김연경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팀이 준우승해서 MVP 후보에 올랐지만 받을 지 몰랐다"며 "한국 배구가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 지 모든 배구인이 하나돼 노력을 많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무려 6번째 MVP 수상이다. 전성기 시절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혔던 김연경은 터키와 일본,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 이날 김연경은 2014~15시즌 제정된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도 통산 네 번째로 수상했다. 8일 열린 2023~24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개인 6번째 MVP를 수상한 김연경이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사진=KOVO 득표율에서 보이듯 김연경의 수상 여부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보다 '김연경의 입'에 더 이목이 집중됐다. 그가 은퇴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시원한 입담을 자랑하는 김연경이었지만, 이번 시즌 중 은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답을 피했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
김연경이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2023년 2월 처음 알려졌다. 그의 깜짝 발표에 배구계가 술렁였다. 김연경은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은퇴를 미룬 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 탓이다. 2005~06시즌 데뷔한 그는 2008~09시즌까지 흥국생명을 세 차례나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후 한국을 떠났다. 12년 간의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2020~21시즌 복귀한 그는 흥국생명의 선두 싸움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에 휘청인 팀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2022~23시즌에는 정규시즌 1위에 오르고도,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2023-2024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김연경이 서브득점을 올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김연경은 지난해 4월 개인 5번째 MVP를 수상하고 "1년 더 뛰기로 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구단이 당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연경 영입에 관심을 드러냈다. FA는 최대 3년 계약이 가능한데,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1년 계약서에 사인했다. 2023~24시즌 종료 후 자신의 거취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이번 시즌 현대건설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국 김연경은 '우승의 한'을 풀고자 선수 생활 연장을 택했다. 2023~24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김연경이 경기 전 팬들의 환호 속 입장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게다가 은퇴하기에는 그의 실력이 아깝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775점을 올려 국내 선수 득점 1위(전체 6위)에 올랐다. 공격종합(44.98%)은 2위였다. 서브는 세트당 0.207개로 6위. 공격뿐만 아니라 리시브 5위, 디그 7위, 수비 8위에 오를 만큼 투혼도 돋보였다.
한편 남자부 MVP 투표에선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가 총 15표를 얻었다. 대한항공 임동혁(12표)을 3표 차로 제친 레오는 개인 4번째 MVP를 수상했다. 레오는 삼성화재 소속으로 3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정규시즌 득점, 공격종합, 서브 모두 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