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는 현실이 됐다. 황선홍호가 배준호(21·스토크 시티)마저 없이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하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나서게 됐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가 소속팀 반대로 차출이 무산된 유럽파 사례는 배준호가 세 번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4일 “올림픽 최종예선 참가 엔트리에 포함됐던 배준호의 소속팀 스토크 시티가 팀 사정으로 선수 차출 불가를 최종적으로 알려옴에 따라 최강민(울산 HD)을 대체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황선홍호는 앞서 양현준(셀틱)과 김지수(브렌트포드)에 이어 배준호마저 빠진 채 올림픽 최종예선 무대에 나서게 됐다. 황선홍 감독은 당초 최종 엔트리 23명 중 4명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꾸렸지만, 정작 현재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 유럽파는 김민우(뒤셀도르프)가 유일하다. 배준호 등 3명은 모두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했다. 이번 대회는 소속팀의 선수 차출 의무가 없다.
배준호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할 거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배준호는 유럽 진출 이후 스토크 시티 에이스로 활약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을 통해 처음 황선홍호에 승선해 경쟁력을 보여줬고, 결국 최종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그러나 3부 강등 위기에 몰린 스토크 시티 팀 상황이 결국 배준호의 차출 무산으로 이어졌다. 스토크 시티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강등권과 3점 차 20위에 처져 있다. 배준호가 차출되면 스토크 시티는 사실상 남은 3경기를 에이스 없이 치러야 한다. 배준호의 ‘차출 불가’가 결정된 배경이다.
결국 지난달 29일 공개됐던 올림픽 최종예선 엔트리는 유럽파 차출 확답을 전혀 받지 못한 상황에서 발표부터 이뤄진 엔트리인 셈이 됐다. 팬들 사이에서 배준호의 최종 엔트리 포함 자체가 화제가 됐던 것 역시 강등 위기에 몰린 스토크 시티 구단으로부터 극적으로 차출 협조를 받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엔트리에 포함됐던 양현준과 김지수의 차출이 무산되면서 불안감을 키웠고, 결국 배준호마저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아쉬움과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최종예선을 앞둔 황선홍호 구상도 꼬이게 됐다. 당장 유럽파들이 3명이나 빠지면서 전력이 약화된 데다, 대체 발탁된 선수들의 소집 시기마저 제각각이라 얼마나 빨리 즉시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차출 협조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KFA의 행정력은 물론, 자체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해 엔트리를 빠르게 확정하기보다 소속 구단 회신만 기다리다 부랴부랴 대체 선수를 부른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준호의 차출 무산이 확정되고 최강민이 대체 발탁되면서 황선홍호는 대회 첫 경기 이틀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23명이 다 모이게 됐다. 한국은 오는 17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전을 시작으로 19일 오후 10시 중국, 22일 오후 10시 일본과 대회 조별리그 B조 경기를 치러 8강 토너먼트 진출 여부를 가린다. 조 1, 2위만 8강에 오를 수 있다. 토너먼트를 통해 대회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 직행이 가능하다. 4위는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8강 이하에서 탈락하면 파리 올림픽 출전은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