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은 1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 앞서 "(상황이) 부담스러울 거 같은데, 그런 부담을 안고 타석에 들어서서 상대와 싸운다는 게 어려운 거다. 그걸 하나씩 해내는 걸 보면 감독이지만 선수 출신으로 (최정은) 리스펙트(존경)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 상황에서 나온 게 너무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정은 전날 열린 KIA전 3-4로 패색이 짙은 9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동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홈런으로 그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보유한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467개)과 타이를 이뤘다.
SSG는 최정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에레디아의 안타, 이어 한유섬의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 1사 후 하재훈의 헛스윙 삼진으로 승리 확률이 5.7%까지 떨어졌는데 기적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개막 후 흠잡을 곳이 없던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무너트려 더욱 의미가 컸다. 이숭용 감독은 "에레디아가 안타 치고 유섬이가 끝내줬다. 감독 22경기(실제 21경기) 만에 최고로 기분 좋고 앞으로 계속 기억에 남을 인생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며 "현역 때 못 느낀 걸 선수들이 감독으로 많이 느끼게 해준다"고 흡족해했다.
승승장구하던 선두 KIA를 꺾었다. KIA는 지난주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6연전을 스윕, 6연승을 질주했다. 16일 경기에서도 8회까지 앞서 7연승에 근접했다. 하지만 9회 활화산처럼 타오른 SSG 뒷심을 제어하지 못했다.
이숭용 감독은 "어제 같은 경기를 하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자신감을 얻게 된다"며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 거 같고 감독인 나한테도 더 큰 힘이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정의 최다 홈런 기록이) 오늘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