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가 2024 파리 올림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과감한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을 안배하는 건 물론 한일전 승리를 통해 분위기까지 끌어올린 채 8강 토너먼트로 향한다. 껄끄러운 카타르를 피하고 인도네시아와 격돌하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후반 30분 김민우(뒤셀도르프)의 헤더 결승골이 승부를 갈랐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승점 9(3승)를 기록, B조 1위로 8강에 올라 오는 26일 오전 2시 30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8강에서 겨루게 됐다.
시원한 승리보다 실리를 추구한 전략적 선택이 대성공했다. 이날 황선홍호는 서명관(부천FC)의 부상과 변준수(광주FC)의 징계 등 수비진에 전력 누수를 안고 경기를 치렀다. 전문 센터백은 이재원(천안시티)이 유일했다. 황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이강희(경남FC)와 풀백 조현택(김천 상무)을 이재원과 함께 백3에 두고, 이태석(FC서울)과 장시영(울산 HD)을 측면에 배치하는 5-4-1 전형을 꺼냈다. 그동안 줄곧 활용했던 4-2-3-1 대신 가동한 플랜B였다.
여기에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3골을 터뜨린 이영준(김천)과 엄지성(광주) 등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을 이 경기에서 대거 제외했다. 11명 중 8명은 대회 첫 선발 출전이었고, 이 가운데 4명은 출전 자체가 처음이었다. 8강 진출이 확정된 만큼 한일전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보다 사흘 뒤 예정된 8강 토너먼트 대비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수비에 무게를 둔 만큼 경기력은 시원하지 못했다. 전반 슈팅이 2개에 불과할 정도였다. 일본도 한국의 두터운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은 육탄방어로 일본 공격을 막아내며 균형을 이어가다 결정적인 세트피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한 방은 한일전 승리로 이어지는 결승골이 됐다.
전략적인 선택이 통하면서 실속도 챙겼다. 우선 황선홍호는 8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지난 1·2차전에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이 이날 휴식을 취하거나 교체로 투입된 덕분이다. 반대로 그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던 선수들은 토너먼트를 앞두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수비에 무게를 둔 플랜B의 경쟁력도 확인했다.
한일전 승리로 기세가 한껏 오른 데다 개최국 카타르를 8강에서 피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카타르는 지난 조별리그에서 판정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홈 이점이 뚜렷하다. U-23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도 1승 5무 2패로 열세라 인도네시아보다 부담스러운 상대로 꼽혔다.
물론 인도네시아전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경기력이 크게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도 호주를 1-0, 요르단을 4-1로 꺾으며 토너먼트에 올랐다. 신 감독이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그래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데다, 인도네시아와 달리 최종전 로테이션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체력적으로도 우위다. 역대 전적에서도 5전 전승으로 앞선다. 이제 인도네시아만 꺾으면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대업도 눈앞으로 다가온다.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는 1~3위 팀이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