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병헌은 22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끝판대장' 오승환과 처음으로 세이브 세리머니를 한 것. 마운드와 홈 가운데에서 만난 두 선수는 세이브 후 손을 맞잡고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만난 이병헌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아마 오승환 선배와 세이브를 만든 게 처음인 것 같다"라면서 "마지막에 위기 상황이 와서 조금 긴장됐는데, 선배님과 첫 세이브를 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 그 많은 세이브 기록에 (호흡을 맞춘 포수로) 제가 들어갈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했다.
42세 베테랑 오승환이지만 투구 리드는 번갈아가며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사인은 선배님과 번갈아가면서 한다. 선배님이 잘 수용해주셔서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이어갔다.
이날 이병헌의 활약은 오승환과 세이브를 합작한 것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홈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유독 부진한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4경기 평균자책점 4.43)의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이끌어냈다. 도중 마운드와 자신의 공에 불만을 표출하는 코너를 위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그를 다독이며 호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경기 후 코너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볼넷인데, 볼넷을 내줘 조금 흔들렸다. 이병헌이 올라와서 괜찮다고 잘 던지고 있다고 다독여줘서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이병헌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어 코너는 "이병헌은 정말 좋은 포수다. 나와도 잘 통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즐겁다"라며 그를 추어 올리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3회 초 무사 1, 3루에서 로하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동시에 2루로 뛰는 1루주자 배정대의 도루도 저지했다. 2-1, 아슬아슬한 1점 차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도루 저지로 팀의 리드를 지켜낸 것이다.
올 시즌 이병헌의 도루 저지율은 40%(15개 중 6개 저지). 이병헌은 지난겨울 이정식 배터리 코치와 피나는 훈련과 자세 교정 끝에 거둔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병헌은 9이닝 수비를 모두 소화하며 안방을 지켰다. 삼성은 3-1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병헌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