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자산 기준으로 6위 롯데그룹과 5위 포스코그룹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화학·유통 등의 주축 사업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지 못해 ‘재계 톱5’ 재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어지는 격차, 이차전지 후발주자 핸디캡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해 확장성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화학과 유통 부문에서 외형 확대가 줄어들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이달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서 롯데는 포스코에 이어 6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포스코에 내줬던 5위 탈환을 노렸지만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롯데의 공정자산 총액은 129조8290억원으로 2023년 대비 1720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계열사 수는 98개에서 96개로 줄었다.
반면 포스코의 공정자산은 132조660억에서 136조9650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계열사가 47개로 5곳 증가하면서 외형도 커졌다. 2023년 롯데와 포스코의 공정자산 격차는 2조4000억원 정도였으나 올해는 7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재계 톱5 그룹과 비교했을 때 롯데의 성장 정체가 부각되고 있다. 다른 그룹들이 조단위의 외형 성장을 보이는 동안 롯데는 1000억원대 성장에 머물렀다. 되려 재계 7위 한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인수 등을 마무리하면서 공정자산이 30조원 이상 불어났다. K-방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한화는 롯데와 격차를 17조원대로 좁히며 ‘톱5 진입’을 겨냥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며 계열사의 수장 교체를 반복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군인 화학 부문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업황 침체로 여의치 않다. 화학군 주축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1353억원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는 등 ‘중국발 위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차전지 후발주자인 롯데는 2023년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공정자산이 8조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눈에 띄는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해 정체기를 걷고 있다.
롯데건설 지원 등으로 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경색된 상황이라 일진머티리얼즈와 같은 빅딜도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자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전환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이달 “기초화학·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5개 사업으로 재편하고, 포트폴리오 별로 전략방향을 재정립해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담당 신유열 부담감 커져
유통 분야에서도 롯데는 경쟁사 대비 고전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에 매출은 3조5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