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경문(65) 한화 이글스 감독은 누구보다 '예의'를 강조하는 사령탑이다.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를 지휘할 때 김경문 감독은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철저하게 금했다.
김경문 감독의 현역 복귀에 많은 사령탑이 축하 인사를 하며 "야구를 깔끔하게 하는 선배"라고 떠올린 이유다.
두산, NC에서 김경문 감독의 휘하에서 뛰던 선수들은 "때론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예의를 강조하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화 부임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반발하자, 김경문 감독이 구단을 통해 내놓은 공식 코멘트에도 '예의'가 가득하다.
김 감독은 5일 수원 kt wiz와 경기에서 12-2로 승리한 뒤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지만, 상대를 향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한화가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투수 박상원은 김상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연속 삼진 처리하고 김민혁을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삼자 범퇴로 1이닝을 책임졌다.
원래 적극적인 세리머니를 하는 박상원은 이날도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큰 동작으로 기쁨을 표했다.
'백기'를 든 상태였던 kt 더그아웃은 이에 불만을 표했다.
베테랑 포수 장성우는 거친 동작으로 화를 내기도 했다.
이에 한화를 상징하는 투수 류현진이 입 모양과 손동작으로 '미안하다. 내가 박상원에게 얘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 주장 채은성도 박상원의 어깨를 두르며 자제를 요청했다.
경기 종료 직후에 결국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그라운드로 나온 kt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이 시선을 한화 쪽으로 돌려 박상원을 불렀다.
박상원도 억울한 표정으로 맞대응했다.
윌리암 쿠에바스 등 kt 선수들이 황재균을 말리고, 한화 선수들도 박상원을 더그아웃 뒤로 끌고 갔다.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던 김경문 한화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도 선수단을 만류하면서 물리적 충돌 없이 벤치클리어링이 마무리됐다.
5일 경기가 끝난 뒤부터 6일 오전까지, 야구팬들이 모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번 벤치클리어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야구팬 대부분은 백기를 든 상대에게 과한 세리머니를 한 박상원도, 지나치게 흥분한 황재균, 장성우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본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내가 더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은 한화 선수들에게 자신의 야구 철학을 전하는 동시에, 강하게 어필한 kt 선수들을 머쓱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 연합뉴스
온라인 일간스포츠 기자 isplu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