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영화 ‘탈주’에서 규남을 열연한 이제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이제훈은 전작 ‘사건반장 1958’ 촬영 당시 허혈성 대장염 응급수술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그때 이후로 건강을 더욱 챙기고 있다. 그게 교통사고 같은 거였다. 살면서 그렇게 장이 꼬일 수 있다고 하더라. 근데 보통 잘 풀린다는데 전 그게 안 풀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이 한두 시간만 꼬여있어도 괴사해서 장이 썩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 근데 전 아프고 네 시간을 참다가 수술을 한 거”라며 “‘여기서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훈은 “너무나 고통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병원에서 계속 진통제를 주셨는데 어느 순간 치사량을 넘겼다고 했다. 그때가 추석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급히 오셔서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거기가 대전이었는데 거기서 바로 수술하겠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수술 결정 후 사망 동의서에서 사인을 했는데 진짜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 순간 ‘내가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있었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짧지만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훈은 “그렇게 잠들었다 깼는데 살았더라. 그때 ‘억울해서 인생 마음대로 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즐기지 못하고 산 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끊임없이 작품을 하는 제 모습을 보니 글렀구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제 몸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오는 7월 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