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젊은 투수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라울 알칸타라(32·두산 베어스)가 드디어 기대만큼의 투구로 팀을 지켜냈다. 무려 두 달만의 일이다.
알칸타라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2패)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3.53으로 떨어졌다.
직구 평균 150㎞/h를 기록한 가운데 공격적인 투구가 빛났다. 이날 알칸타라는 6회에만 연속 안타로 실점 위기를 겪었을 뿐 공격적인 투구로 매 이닝 NC 타자를 빠르게 정리했다. 6회 박건우의 2루타로 한 점을 내줄 뻔 했으나 인정 2루타가 되는 행운이 무실점으로 이어졌다.
무려 두 달 만의 호투다. 알칸타라가 7이닝을 소화했던 건 4월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부상과 부진이 찾아왔다. 팔꿈치 통증으로 이튿날 말소된 그는 5월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복귀했으나 이전 같은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복귀 후 4경기 평균자책점이 6.64에 달했다.
알칸타라의 부진은 자연히 팀 전체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다. 그가 없는 사이 선발진을 홀로 책임진 곽빈은 부진 끝에 1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영건들이 대체 선발로 나섰으나 이닝 이터 역할은 할 수 없었다. 자연히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 불펜 부담도 커졌다. 20일 경기는 그가 7이닝을 책임진 덕에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었다.
알칸타라는 경기 후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기분 좋은 승리였다. 개인적으로는 모처럼 7이닝을 소화하며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며 "또 팀적으로는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챙기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알칸타라가 비결로 꼽은 건 포크볼이었다. 이날 총 29개를 던진 포크볼은 안타는 딱 1개만 허용했다. 필요할 때마다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해 '효자' 역할을 했다. 알칸타라는 "포수 김기연과 호흡도 좋았다. 경기 전부터 포크볼을 잡을 때 느낌이 좋았는데 (김)기연, 전력분석팀과 상의한대로 포크볼을 구사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알칸타라는 팀에 부담을 줬던 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젊은 투수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복귀 후 결과가 안 좋을 때도 거기에 매달리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수정하고 보완해 짐을 덜어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알칸타라는 "결과가 안 좋았음에도 두산 베어스 팬들은 언제나 따뜻한 응원을 보내줬다. 그 응원 덕분에 오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알칸타라는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에 '허용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는 6회 초 손아섭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내줬다. 손아섭의 개인 통산 2505번째 기록. 박용택을 넘는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자신했던 포크볼로 내줬다. 알칸타라는 "끝으로 오늘 손아섭이 KBO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한 것에 상대팀이지만 축하를 보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