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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밥 하는 포수는 포수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10, 20년 된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년 전까지 이 말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정설에 가까웠다.
프레이밍을 하지 못하는 포수는 스트라이크를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설은 ABS의 등장과 함께 휴지통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ABS, 정확한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과 함께 늘어지는 경기 시간을 붙잡기 위해 도입된 이 시스템은, 단순히 편의에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성장 방향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중에서도 포수는 당장 직면한 급작스러운 변화에 가장 먼저 내몰린 포지션이다. 이들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주요 데이터들을 스탯티즈로 비교했다.
포수로서의 가장 중요한 수비 덕목 중 하나는 바로 도루 저지다. 그러나 2024시즌(5월 9일 기준) 도루 허용 톱10 선수 (KT 위즈 강백호 제외) 전부 전년도 대비 도루 허용 개수가 증가하였고, 그 수치는 무려 평균 0.22개에 이르고 있다.
동시에 선수들의 도루 허용 수 편차는 줄어들고 있어 포수의 도루 허용 또한 비슷한 수치로 귀결되고 있다. 이와 연결되는 수치로 공을 잘 잡는 능력에 반하는 패스트볼 수가 늘어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 포수들의 패스트볼은 720경기에서 93개에 그쳤지만, 2024년 포수들의 포일 수는 720경기로 환산 시 106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반면 블로킹 관련 득점 기여도의 경우 패스트볼이 늘어났음에도 2024년 최고 수치 2.53으로 2023년 최고 수치 2.6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블로킹이 여전히 중요한 지표라는 의미다. 또한 블로킹 관련 득점 기여도의 최저 수치는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며 선수 간 큰 차이점 없이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수치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ABS 도입 전후 포수 대부분의 수비 지표가 특출 난 선수 없이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뚜렷한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포수들의 공격 관련 지표는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 포수의 평가 기준이 공격 관련 지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포수의 타율 측면에서 데이터를 보면 2023시즌 4~5월과 24시즌 3~5월초 포수의 타율을 비교했을 때 2023시즌은 0.190, 24시즌은 0.219를 기록했다.
LG 박동원은 이전 시즌 0.249에서 0.250으로 한화 최재훈은 0.248에서 0.259로 오른 모습을 보면 포수들이 타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각 팀에서 주전으로 기용하는 선수 또한 공격 지표가 우수한 선수들 위주다. 다음은 포수의 OPS(출루율 + 장타율) 변화다. 출장 경기 차이로 인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포수가 23시즌보다 24시즌에 높은 OPS를 보여준다. 24년 SSG로 이적한 이지영은 23시즌 OPS 0.586을 기록했지만 2024시즌에는 21경기 출장해 OPS 0.641을 기록하며 24시즌 좋은 타격감과 출루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로 봤을 때 ABS 도입 이후 수비 중 프레이밍 부담이 줄어들면서 공격적 측면에 포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강민호, 양의지 등 공격력을 갖춘 포수들은 현대 야구에서 매우 귀하며 실제로 FA시장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았다. 그동안은 포수의 수비가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기에, 수비가 먼저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타격이 좋더라도 주전 포수가 되기 힘들었고 공격까지 잘하는 포수의 가치는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ABS 도입 이후, 포수의 수비 지표가 평준화 되고 있는 추세에서 모든 구단은 공격형 포수를 욕심 낼 것이다. 데뷔 7년 차에 정식 포수가 된 강백호가 그 신호탄이다. 최근 몇 년 간 부상과 잦은 포지션 변경 속에서 찾은 포수는 강백호의 집이 되어줄 수 있을지, 이번 시즌을 보는 프로야구 팬들의 재밌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