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31·롯데 자이언츠)에게 2024년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한 해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전망도 밝다. 김원중은 3일 기준으로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 중이다.
눈에 띄는 게 주 무기인 포크볼이다. 구사율이 지난해보다 높은 52.4%에 달한다. 포크볼 피안타율은 0.118로 리그 최저 2위를 기록 중이다. 땅볼 유도율(51.6%)이 지난해(31.6%)보다 크게 높아졌다.
2일 본지와 만난 김원중은 "포크볼은 항상 똑같이 던진다. 결과가 좋은 건 포수와 구종 조합을 잘해서 그런 것 같다. 포수들도 떨어지는 게 좋아졌다고 해주니 더 자신 있게 던져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상당수 포크볼 투수가 올해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적응하느라 고전하고 있다. 김원중의 기록은 그래서 이례적이다. ABS는 기존 심판 판정보다 스트라이크 기준을 조금 높게 잡는다. 이 때문에 투구를 낮게 떨어뜨리는 포크볼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원중도 ABS에 대해 "포크볼 투수들 대부분이 어려워하더라"며 "직구를 낮게 던지고, 같은 궤적에서 떨어지는 포크볼로 타자를 상대했는데, 낮은 존이 좁아지면서 (이런 피칭이) 힘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던질 때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어쨌든 던지는 순간 공은 내 손을 떠났다.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법이다. 잘 떨어지면 타자가 속는 것이고, 조금 벗어났다면 볼일 뿐"이라고 했다.
김원중은 "포크볼은 높은 존에 밀려들어 가면 위험할 구종"이라면서도 "ABS 도입도 이미 결정된 일이다. 선수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신경 써서 (포크볼을) 낮게 던지려고 한다. 포크볼 투수로서 어려운 일이지만, 던질 때 더 집중하려고만 한다. 운까지 따라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원중에겐 FA도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일 뿐이다. 그는 "남은 시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나. FA 생각은 시기상조"라며 "그저 하루하루에 집중할 뿐이다. '오늘은 어떻게 하지' '내일 몸 관리는 어떻게 할까' 이렇게 하루 한 가지 키워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은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시즌도 끝난다. 그러면 결과도 나오고, 난 그걸 받아들이면 된다"며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후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잡혔다. (마무리는) 결과가 좋아도 취해 있을 시간이, 나빠도 연연할 시간이 없는 자리"라고 전했다.
묵묵히 뒷문을 지키는 동안 롯데 불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원중의 '파트너'인 셋업맨 구승민도 4월까지(평균자책점 21.94)와 달리 5월 이후(평균자책점 2.61) 기량을 되찾았다. 김원중은 "그동안 승민이 형과 서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해 일부러 형을 불러 보양식을 먹기도 한다"며 "승민이 형이 결국 올라올 거로 믿었고, 실제로 그랬다. 불펜 투수들은 혼자만 잘해서는 좋아질 수 없다. 후배들과도 '다 같이 잘하자'고 다짐한다"라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