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싱글 라이프를 관찰하는 ‘이제 혼자다’가 시청률 4.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했다. 아나운서 출신 최동석, 통역가 이윤진 등 최근 이혼 소식을 전한 방송인들의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덕분인지 높은 시청률이다. 그러나 ‘담백한 관찰 예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1회부터 출연자들의 예민한 이혼 이슈가 주요 화두에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 9일 방송한 TV조선 새 예능 ‘이제 혼자다’는 다시 혼자가 된 사람들 ‘돌싱’들의 세상 적응기를 그린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박미선이 MC를 맡고, 아나운서 출신 최동석과 배우 전노민, 조윤희, 통역가 이윤진 등이 출연한다. 출연자 네 사람은 모두 이혼했거나 이혼 소송 중인 상태다. 이들의 전 배우자들은 역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이다.
‘이제 혼자다’는 방영 전부터 관심과 동시에 우려도 적지 않았다. 최동석, 이윤진의 경우 아직 이혼 소송 중이며 전 배우자들에 대한 SNS 폭로전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홍보 자료에서 ‘이혼의 이유나 과정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세상에 적응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 나갈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출연자의 ‘이혼의 이유와 과정’은 첫 방송부터 등장했다. 최동석은 이혼에 대해 “어느 한쪽이 다 잘하고 잘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솔직히 제가 결정한 건 없다. (이혼을)기사를 보고 알았다.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잔 어느 날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서 (이혼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혼의 전조증상’이 있었느냐는 제작진 질문에 “사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그런 걸 가장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제작진과 인터뷰가 끝난 후 최동석의 제주도 일상과 오랜만에 여의도를 찾아 아나운서 동료들을 만나는 모습 등이 그려졌지만 결국 화두는 ‘이혼’이었다. 최동석이 혼밥 하려고 찾은 식당 주인이 “집사람은 뭐해?”라고 묻고, 이를 들은 최동석이 머쓱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강조되는 식이다. 이후 아나운서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이혼 후 힘든 시기를 보내는 최동석의 심경이나 그를 위로하는 대화가 오갔다.
조윤희의 일상이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에서는 조윤희는 딸에게 엄마로서 당당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절친한 배우 한그루와 백패킹에 나선 모습 등이 공개됐다. 그러나 텐트를 치고 저녁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전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윤희는 “(전 배우자는)이혼을 원치 않아 했고 제일 중요한 것이 가족간에는 믿음과 신뢰인데 더 이상 가족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이혼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방송이 끝난 후 전 배우자에 대한 두 사람의 발언은 즉시 화제가 됐다. 최동석과 조윤희는 모두 구체적으로 이혼의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전 배우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적인 내용이 대중에게 공개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제작진은 출연자의 ‘이혼 후의 삶’을 관찰하는 예능이라고 설명했지만 적어도 1회는 ‘이혼’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 담백하고 담담한 일상을 그리기 보단 호소에 가까웠다.
‘이제 혼자다’는 파일럿 예능으로 당초 4부작으로 기획됐다. 앞으로 회차에서는 이윤진, 전노민의 이혼 후 일상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파일럿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혼’에 얽매이지 않는, 정말 ‘이제 혼자’가 된 누군가의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