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 HD전을 마친 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14년도 월드컵 끝난 뒤였다. 그때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실제 홍명보 감독은 최근까지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때를 떠올린 홍 감독은 “2월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이름이 전강위, 축구협회, 언론에 나와서 정말 괴로웠다. 뭔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30일에는 공개적으로 대한축구협회(KFA)를 비판하며 또 한 번 고사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KFA는 7일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임생 KFA 기술 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설득했고, 결국 그는 대표팀으로 가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나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 것에 굉장히 두려웠다.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내게 질문했다. 거기에는 내가 말씀드린 두려움이 가장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떻게 보면 이게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실패한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뭔가 팀을 정말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울산을 떠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10년 만에 간신히 재밌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 봤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잠을 못 자면서 생각했었는데, 난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그게 내가 우리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마음을 바꾼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