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55)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을 시작으로 대표팀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들과 만난다. 대표팀 사령탑이 현지에서 선수들을 직접 면담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결국 거센 비판에 맞서기 위한 노림수를 찾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18일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른 홍 감독은 스페인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손흥민과 면담할 예정이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런던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다.
거센 비판 여론 속 KFA 이사회 서면결의를 거쳐 지난 13일 대표팀 감독으로 정식 선임된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조차 미룬 채 선임 이틀 만인 지난 15일 출국했다. 자신을 보좌할 외국인 코치 후보들을 직접 면접하겠다는 목적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이 맞는 유럽파들과 만나겠다는 계획도 덧붙인 바 있다.
표면상으로는 대표팀 감독이 유럽 출장 도중 선수들과 만나는 흔한 과정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 부임 과정 등과 관련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 굳이 유럽파들을 직접 만날 만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럽파들부터 만나려는 저의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현재 유럽파들은 제각각 프리시즌을 시작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상태다. 9월 대표팀 소집에 대비해 경기력을 점검한다는 명분도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자회견 없이 다급하게 출장길에 오르고도, 일정을 조율하면서까지 선수들과 미팅을 잡는 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심지어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선 대표팀 새 감독이자 선배인 홍 감독의 미팅 요청만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가장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출범하는 대표팀이라는 평가 속, 결국 대표팀 주축인 유럽파들의 마음부터 잡아 내부 결속부터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표팀 선수들부터 외국인 감독의 선임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홍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만나 대표팀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하고 논의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손흥민 등 유럽파의 지지라는 명분을 앞세워 여론의 반전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설령 유럽파의 마음을 잡더라도, 선임 과정부터 들끓는 여론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원팀’을 강조하며 출범하고도 정작 부임 직후 유럽파들부터 만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선임 과정은 물론 선임 이후에도 의문점이 남는 홍명보 감독의 행보가 이어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