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최준호(20·두산 베어스)가 후반기 첫 등판에서 전반기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최준호는 지난 17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으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최준호 개인에겐 지난 5월 17일 롯데전 이후 정확히 두 달 만의 퀄리티스타트였다.
허용한 안타는 딱 1개. 투구 내용이 완벽에 가까웠다. 3회 말엔 3연속 탈삼진 퍼펙트도 기록했다. 1회 마지막 타자부터 6회 두 번째 아웃 카운트까지 15타자 연속 범타.
직구 구위만 따져도 나쁘지 않았지만, 더 눈에 띄는 게 구종 배합이다. 직구 평균 143.5㎞/h를 기록했다. 평균 143㎞/h를 넘긴 건 4경기 만의 일이다. 하지만 비슷한 평균 구속을 기록했던 5월 29일 KT 위즈전(143.8㎞/h)에서도 좋지 못했다. 그때와 달라진 건 구종이다. KT전 당시엔 직구 구사율이 56.5%, 슬라이더 구사율도 32.3%로 높았다. 최준호의 구종 배합은 전반기 내내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월 9일 KIA 타이거즈전 때는 직구 구사율이 61.7%까지 다다랐고 결과(4이닝 4실점)도 좋지 못했다.
최준호는 서서히 '투 피치'에서 탈출하고 있다. 6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직구 구사율을 40%대로 낮췄고, 포크볼 구사율을 서서히 높였다. 그 결과 17일 롯데전에선 전반기와 180도 달라진 구종 배합이 완성됐다. 직구 구사율은 41.8%, 슬라이더 구사율은 23.1%에 불과했다. 대신 포크볼 구사율이 28.6%까지 올라왔다. 지난 5월 12일 KT전(직구 35.3%, 슬라이더 32.9%, 포크 31.8%)로 완벽한 스리피치를 만든 이후 각 구종 구사율이 가장 균등한 날이었다.
하나 더 달라진 게 있다. 올해 처음으로 투구 분석표에 커브가 등장했다. 총 6.6%(5구)로 적었고 볼이 더 많았지만, 4구종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 투수에게 구종 다양성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로는 최고 150㎞/h 이상 강속구를 던지더라도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고르게 잡아야 한다. 타자들과 두 번째, 세 번째 만날 때 상대할 새 무기도 필요하다. 오른손 최준호의 슬라이더가 우타자를 잡는다면 포크볼은 좌타자를 잡기에 최적이다.
두산은 여전히 선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한 명은 교체, 한 명은 단기 대체 선수로 대신하는 중이다. 에이스 곽빈이 유일한 '상수'인데 후반기 첫 등판(12일 삼성전 3과 3분의 1이닝 5자책점) 자존심을 구겼다. 선발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불펜도 지쳐버린 모양새다. 그래서 최준호의 호투가 두산에 가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