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월드컵에서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다. 이 상승세를 타고 올림픽에서 더 많은 무게를 들어 기록을 깨고 오겠다."
박혜정(21)은 파리 올림픽 역도 대표팀의 막내지만 에이스다. 그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을 들어 합계 294㎏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미란 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우승한 후 역도 대표팀이 13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항저우의 기세를 파리로 이어간다. 다만 금메달 가능성이 크진 않다. 박혜정은 지난 4월 태국 월드컵 대회에서도 합계 296㎏을 들어 한국 신기록을 썼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원원(중국)은 당시 무려 325㎏을 들어 우승했다. 박혜정이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면서도 '은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박혜정은 "태국 월드컵 직후엔 그저 빨리 대회에 나가고 싶었다. (대회를 앞둔 지금은) 떨리고 긴장도 된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제2의 장미란'이라는 수식어와 관심에 대해서도 "솔직히 부담은 되지만, 즐기려고 한다. 항상 선수로서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려 한다"며 "올림픽은 선수라면 꼭 뛰고 싶은 대회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내 모든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막내 에이스' 박혜정의 밝은 미래를 기대 중이다. 전용성 역도 총감독은 박혜정의 피지컬에 대해 "재능과 근력은 리원원 못지않다. 기술적인 부분과 자신감만 보강하면 된다. 현재 페이스대로 한다면 LA(2028년 올림픽 개최지)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표팀 막내인 그는 이미 상당히 성숙했다는 게 전용성 감독의 평가다. 그는 "굳이 체중을 불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피지컬이 좋고, 역도의 기본인 스쿼트가 아주 뛰어나다. 기본이 좋으니 자세도 안정적이다"며 "앞으로 리원원과의 경쟁도 크게 버거울 게 없다. 금메달이 가능한 기록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감독은 "어린 선수라 관심도가 높아지니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잘해내고 있다. 성품도 착하고. 운동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크다. 올림픽에 세 번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칭찬했다.
전용성 총감독은 박혜정의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장미란 차관이 그랬듯, 여자 최중량급 선수들은 인상 140㎏, 용상 180㎏대를 기록하면 톱 클래스"라며 "거의 다 왔다. 현재 인상 130㎏, 용상 170㎏까지 왔으니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올해 원래 목표는 인상 135㎏, 용상 175㎏까지 해내 리원원과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지난해 경기 일정이 많아 선수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박혜정도 리원원과 자신의 차이를 안다. 하지만 그는 라이벌보다 세 살 젊다. 그래서 파리를 넘어 LA 대회 때 정상에 설 자신을 꿈꾼다. 박혜정은 "라이벌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동기 부여도 된다. 나를 더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선수"라며 "나도 태국 대회 때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다. 이 상승세를 타고 올림픽에서 좀 더 많은 무게를 들어 기록을 깨고 오겠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꼭 메달을 따 오고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