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는 25일 수원 SSG전에 선발 등판, 7이닝 6피안타 1실점 쾌투로 시즌 3승(2패)째를 챙겼다. 수훈 선수로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고영표는 인터뷰 말미에 추신수에 대한 얘길 먼저 꺼냈다. 올 시즌 뒤 은퇴하는 추신수는 이날 경기에 앞서 팬 사인회를 열고 50여 명의 팬을 현장에서 만났다. 원정 구장을 순회하며 팬들과 마지막 추억을 쌓을 예정인데 그 스타트가 수원이었다.
선발 투수 고영표는 마운드 위에서 추신수와 팽팽하게 맞섰다. 결과는 4타수 1피안타. 삼진 2개를 뽑아내며 '판정승'을 거뒀는데 그에게도 잊지 못할 경기였다. 고영표는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마운드에서 모자를 벗고 인사드려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걸)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커리어를 마감하시는데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멋쩍게 웃었다.
고영표는 인터뷰 중에도 추신수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 중 하나는 7회였다. 고영표는 4-1로 앞선 2사 1·2루에서 추신수를 3구 루킹 삼진 처리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힌 직구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스트라이크'로 반응하면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추신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타석을 떠나지 못했다.
고영표는 선배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절대 볼이다. 타자들에게 눈속임용으로 보여주는 공"이라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그걸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라고 하니까 어이가 없으실 거 같다. 올해 야구가 그렇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커리어 마지막 시즌인데 그 존을 치려고 (타격) 자세나 스윙 궤적을 바꾸면 장점을 잃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며 "(타자 입장에선 높은 쪽의 애매한 코스가 아닌) 낮은 공이 오길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ABS가 어려운 건 고영표도 마찬가지다.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이 주 무기지만 ABS 존을 통과하는 게 어렵다. 그는 "기계(ABS)가 스트라이크 존을 보게 됐으니까 바꿔야 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그렇게 해왔다. 기억이 쉽게 안 바뀌니 당황스러운 것도 있다"며 "마운드에서 난감하고 당황할 때도 있는데 어떻게 하겠나. (기계가) 공평하게 하는 거니까 마인드를 바꿔 높은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