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부터 상대가 누군진 신경쓰지 않았어요. 기록 스포츠처럼,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내 것만 하자고 했어요."
신유빈(20·대한항공)과 임종훈(27·한국거래소)의 메달까지 단 1승만 남았다. 남아있는 상대들이 쟁쟁하지만, 두 선수의 평정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유빈과 임종훈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혼합 복식 8강전에서 루마니아의 오비디우 이오네스쿠와 베르나데트 쇠츠 조를 상대로 게임 스코어 4-0(13-11, 11-8, 11-8, 11-8)으로 완승을 거두고 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4강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세계 랭킹 1위인 중국 웡추친-쑨잉사 조 아니면 '난적'으로 꼽히는 대만의 린윤주-첸츠유 조 중 하나다. 혹 결승에 오르게 될 경우엔 이번 대회 최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북한 리정식-김금용 조와 만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신유빈은 "이겨서 기쁘고, 후회 없는 경기를 만들어서 좋다. 준비한 대로 좋은 경기를 만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종훈은 "당연히 기분은 좋지만, 아직 토너먼트가 끝나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계속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16강에 이은 이틀 연속 4-0 완승이지만, 경기 내용은 더 깔끔했다. 듀스는 1게임이 전부였고 남은 3게임을 모두 손쉽게 잡아냈다. 신유빈은 "어제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플레이했다. 또 옆에 (종훈) 오빠가 있으니 믿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전했다.
임종훈은 "상대도 간절히 준비했겠지만, 나도 어제 유빈이와 함께 영상을 보면서 상대방 약점, 습관을 최대한 많이 파악하고자 했다. 그 부분을 공략한 게 잘 통했던 것 같다. 우리가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는 데 조금 중요한 역할을 한 듯 하다"고 답했다.
이날 조금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임종훈은 "즐겼던 건 아니다. 공 하나 하나에 간절했다. 즐거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몸이 굳는 간절함이 아니라 조금 편안하면서도 간절할 수 있는 자세를 계속 추구했다.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듯 하다"고 했다.
상대가 누구든 화제를 모을텐데, 정작 당사자들은 상대가 누군지 신경쓰지 않겠다고 했다. 임종훈은 "상대가 누군지는 첫 경기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가 준비한 걸 확실히 경기에서 해내자고 했다. 그렇게 해야 서로에 대한 믿음도 생기는 법이고 좋은 경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됐든 올라오는 상대를 확인 후 분석하며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꾸준히 "비중국 팀에게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임종훈이다. 그는 "탁구가 세계적으로 평준화됐지만, 중국은 어나더 레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일도 모레도 누가 됐든 지지 않는 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이라고 전했다.
북한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신유빈은 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누구랑 하든 결승전이라면 좋다. 상대는 상관 없다"고 자신했다. 임종훈은 "남북전이 된다면 의미는 있을 거다. 하지만 유빈이와 계속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기록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생각하지 않겠다. 내 할 일을 하는 데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