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덕 감독은 올 시즌 김도영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야구인 중 하나다. 김도영의 고교 시절 은사인 김 감독은 "김도영은 말 그대로 타격이 워낙 뛰어난 선수"라며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한다. 성격이 튀지도 않고 오버하지 않는다. 무던하니 얌전한 그런 성향의 선수"라고 기억했다.
김도영은 2022년 신인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지역 라이벌' 김도영과 투수 문동주 사이에서 고민한 KIA 프런트는 장고 끝에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린 김도영을 찍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문동주(한화 이글스·진흥고 졸업)에 가려 '김도영 지명'이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할 만한 성적(29일 기준, 타율 0.354 28홈런 78타점 100득점)을 내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 이미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3~4월 그리고 6월 월간 MVP에 오르는 등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재덕 감독은 "(KIA 스카우트가) 구속이 150㎞/h 이상인 투수(문동주)를 안 뽑고 내야수(김도영)를 뽑았다는 건 뭔가 있다는 거 아닐까 싶다"며 "향후 미국(메이저리그)으로도 갈 수 있는 엄청난 자유계약선수(FA)가 될 거로 생각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변화구도 노련하게 받아치는 등 타격은 더욱 성숙할 거"라면서 제자의 성장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김도영의 올해 기록 행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KBO리그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지난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선 1회 안타, 3회 2루타, 5회 3루타, 6회 홈런을 차례로 때려내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단타부터 홈런까지 차례로 때려내는 기록)'를 달성하기도 했다.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역대 31번째였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희소한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는 1996년 김응국(당시 롯데 자이언츠) 이후 28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최연소 100득점(20세 9개월 25일·종전 22세 1개월 15일), 최소 경기 100득점(97경기·종전 99경기) 기록을 나란히 경신했다.
김도영 덕분에 김재덕 감독도 바빠졌다. 주위에서 김도영의 사인 공 부탁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현재 구단 유니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김재덕 감독은 "(방해가 될까 봐) 사인받아달라는 얘기도 못 하겠다"며 "도영이가 동성고 출신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