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18·강원FC)은 고교생답게 상상을 자주 한다. 그중 하나는 내년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한국 팬 앞에서 피치를 누비는 것이다.
양민혁은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를 앞두고 “어제 문득 내년에 토트넘 소속으로 방문하게 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상상했다. 많은 팬이 반겨주시면 자부심도 느껴지고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최근 토트넘 이적을 확정한 양민혁에게는 토트넘과 맞대결이 뜻깊다. 올해까지는 강원 소속으로 뛴 뒤 내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하는 터라 이번이 동료들에게 자기 실력을 보여줄 장이다.
양민혁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잘하고 싶겠지만, 개인적으로 더 특별한 것 같다. 내가 가야 될 팀이다 보니 나를 유심히 볼 것 같다. 오늘 경기를 통해 내 장점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8일 한국 땅을 밟은 토트넘은 같은 날 양민혁 영입을 위한 최종 절차를 밟았다. 계약을 마친 양민혁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손흥민과 잠시 만나기도 했다.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손흥민은 입 모아 양민혁을 칭찬했다.
“손흥민 선수에게 배울 수 있어서 토트넘을 택했다”는 양민혁은 고대하던 둘과의 만남 후 의지가 활활 타오른다. 그는 “감개무량할 정도로 내 이야기를 좋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장’ 손흥민은 양민혁을 만나 ‘영어 공부를 미리 하라’고 조언했다. 양민혁은 “한 달 전부터 영어 과외를 하고 있는데, 아직 어렵다”고 털어놨다.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가기 전, 양민혁에게는 미션이 있다. 강원의 K리그1 우승이다. 지금껏 K리그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강원(승점 44)이 이번 시즌 13경기를 남겨둔 현재, 선두 김천 상무(승점 46)를 2점 차로 바투 추격 중이다.
올 시즌 리그 전 경기(25)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올린 양민혁은 토트넘과 계약을 마친 뒤 리그 우승, 시즌 MVP에 관한 야망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충분히 자신 있고 우리 팀 형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강원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남은 몇 경기만 승리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토트넘에) 가기 전에 우승하고 기분 좋게 떠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물론 시즌 중인 내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하는 만큼, 양민혁 본인을 위해서도 강원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는 “잘 준비해서 (영국으로) 가겠다. 강원에서 남은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남은 몇 개월은 웨이트나 파워와 관련된 운동을 계속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영어도 꾸준히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