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허미미(22·경북체육회)를 꺾고 금메달을 딴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가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호소문까지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했다.
데구치는 1일(한국시간) 자기 SNS에 “댓글을 보니 슬펐고, 동시에 내가 상대했던 선수들에게 미안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며 운을 뗐다.
이어 “당신들이 아끼는 선수를 지키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국가도, 어떤 선수도, 어떤 사람들도 헛된 싸움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구치는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다소 찜찜하게 허미미를 이겼다. 급기야 ‘허미미가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저 경기에 나서 자기 할 일을 한 데구치의 잘못은 아니지만, 악플 세례가 그에게 향한 모양이다.
데구치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을 총처럼 겨누고 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며 “경기가 원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았지만, 모든 선수는 최선을 다했다. 유도 매트에 선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꿈을 위해 뛴다. 팬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허미미와 데구치의 유도 결승전은 ‘지도’가 금메달 향방을 갈랐다. 허미미는 정규시간 4분 동안 지도 2개, 데구치는 지도 1개를 받았다. 허미미는 연장 2분 35초가 흐른 시점, 메치기를 시도하다가 위장 공격 판정으로 또 지도를 받았다. 유도에서는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된다.
데구치가 반칙승을 따낸 것인데, 심판이 승부를 가른 세 번째 지도를 준 것에 특히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승자 데구치도 경기 뒤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지도 판정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지만, 유도의 다음 단계를 위해 변화해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당시 허미미는 “판정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김미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위장 공격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원래 본인이 가진 기술이 앉아서 하는 것이다 보니 심판이 그런 판정을 한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지도를 피하면 이기는 스포츠가 유도냐’ ‘심판과 눈을 마주치면 금메달을 주는 거냐’라는 등 마뜩잖은 반응을 보였다. 불만스러운 판정이 악플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판정에 관한 의견은 한쪽으로 쏠린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송대남 필룩스유도단 감독은 본지를 통해 “한마디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라면서 “미미는 위장성 공격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지도 장면에서) 좌우로 흔들면서 업어치기를 시도했다가 왼쪽 안다리 기술이 들어간 뒤 바로 일어서지 않았는가. 상대를 회피하듯 들어가지도 않았다. 메치려고 들어갔는데, (심판이) 위장 공격으로 판단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