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는 한국 유도 대표팀의 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이다. 태극전사의 ‘투혼’이 빛난 이 장면 뒤에는 고통의 순간이 있었다.
유도 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간) 독일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전체 스코어 3-3까지 갔다. 무작위로 체급을 정해 임하는 재경기에서 야속하게도 앞서 9분 38초 혈투를 펼친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 뽑혔다. 66㎏급인 안바울은 혼성 단체전 6개 체급 중 남자 73㎏에 나갈 선수가 없자, 이 체급 선수로 출전했다.
투기 종목에서는 1~2㎏만 차이 나도 그 영향이 매우 큰데, 안바울은 7㎏ 더 나가는 이고어 반트크를 끈덕지게 몰아붙여 반칙승을 따냈다. 그야말로 ‘투지’가 만든 값진 동메달이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줬다.
의외로 “체력은 전혀 문제없었다”는 안바울은 이 경기 이후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지난 5일 한국으로 금의환향한 안바울은 “시간이 지나니 많이 아팠다”면서 “모든 힘을 다 쏟아내서 통증이 찾아온 것 같다. 새벽에 의무실을 찾아가 치료받았고, 진통제를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안바울은 지금껏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함께 피땀 흘린 전우들과 목에 건 동메달은 어떤 상보다 값졌다.
안바울은 “전부 내게는 의미 깊은 메달”이라면서도 “특히 이번 파리 올림픽이 팀으로서 메달을 딴 거고, 개인적으로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이라 영광스럽다. 굉장히 뜻깊고 좋은 메달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파리로 향하기 전 ‘메달을 따오겠다’는 아들 지안군과 한 약속을 지킨 안바울은 공항에서 아내와 아이를 만나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지금은 좀 쉬고 싶다. 10년 넘게 달려왔다”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어떤 목표를 갖고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