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4번 타자 최형우가 이탈한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을 4번 타자로 내세울 고민은 하지 않았을까.
KIA는 지난 7일 중심 타자를 잃었다. 전날 경기에서 스윙 과정 중 옆구리를 다친 최형우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 내복사근 부상이 확인된 최형우는 현재 정확한 복귀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 이범호 KIA 감독은 최형우가 빠진 빈자리를 나성범으로 채운다. 최근 5번 타자 출전 비율이 높았던 나성범의 타순을 한 단계 상향, 김도영(3번)-나성범(4번)-소크라테스 브리토(5번)로 클린업 트리오를 꾸리는 전략. 결과적으로 김도영의 타순은 3번에 고정됐다.
이범호 감독은 14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김도영의 타순을 4번으로 조정하는 건 생각하지 않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도영이한테는 3번이 가장 맞지 않나"라며 "3번으로 나가면 워낙 발이 빠르기 때문에 1~2번이 같이 있을 때는 도루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호타준족. 14일 기준으로 110경기에 출전, 타율 0.346(425타수 147안타) 29홈런 82타점 33도루를 기록 중이다. 홈런 1개만 추가하면 역대 KBO리그 9번째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발이 빠른데 정확도와 장타력까지 갖춘 하이브리드 유형.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타순이 '3번'이라고 판단한다.
테이블 세터와 짝을 이뤄 기동력으로 상대 마운드를 압박할 수 있고 때론 4-5번 타순과 연결돼 중심 타선에서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의 경험도 한몫한다. 이 감독은 "3번(타순)으로 나갔을 때 원아웃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며 "4번에서 발이 빠른 선수의 이용 가치가 더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솔직히 (김도영의) 4번은 생각 안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3번 타순에선 빠른 발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지만 4번은 쉽지 않다는 결론. 김도영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건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의 경계에 서 있는 3번인 셈이다. 이범호 감독은 "2번이든 3번이 도영이에게 가장 좋은 타순이 아닐까 한다"며 "그중에서도 연결도 해주고 아웃 카운트가 적을 때는 점수를 더 많이 낼 수 있는 루트를 도영이가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4번보다 3번이 더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