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통산 2183승을 기록한 '명장' 더스티 베이커(75) 감독의 아들 대런 베이커(25)가 MLB 데뷔전에서 대타 안타를 때려냈다. 현장에서 아들의 첫 안타를 지켜본 베이커 감독은 환한 미소로 박수를 대신했다.
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시카고 컵스전의 관심사 중 하나는 대런 베이커의 MLB 데뷔 여부였다. 이날 경기에 앞선 빅리그에 콜업된 대런 베이커는 워싱턴에서의 2년 포함, MLB에서 무려 26년 동안 사령탑을 지낸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아들이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지명된 그는 올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타율 0.285(435타수 124안타) 49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주 포지션이 2루지만 외야까지 모두 커버 가능한 다재다능함이 강점.
대런 베이커는 1-14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어 컵스 오른손 불펜 에단 로버츠의 초구 90마일(144.8㎞/h) 컷 패스트볼을 받아 쳐 중전 안타로 1루를 밟았다. 베이스에 도착한 뒤 그는 흥에 겨운 듯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베이커 감독은 관중석에서 흐뭇한 모습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대런 베이커는 “어머니는 모든 경기를 다 보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몇 년 동안 MLB 시즌 때문에 많은 경기를 놓치셨다”며 “아버지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로 잊지 못할 거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대런 베이커가 야구팬들의 눈길을 끈 건 200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이었다. 당시 세 살이었던 그는 배트보이로 경기에 참여했는데 인플레이 상황 때 배트를 챙기러 홈플레이트 근처로 나갔다가 주자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JT 스노우가 대런 베이커를 들어 올려 안전한 곳으로 옮겨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사령탑이었다.
아버지와 밀접한 구단에 소속돼 콜업까지 됐으니 자칫 '인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대런 베이커는 2년 동안 로체스터(트리플A)에서 정말 잘해왔다"며 "여러 방면에서 우릴 도울 수 있는 선수다. 이곳에 올 자격이 있다"라고 칭찬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내가 생각한 건 젊은이 중 25세에 인생의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었다"며 "정말 운이 좋고, 감사해야 하며 이제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아들에게 조언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