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파이어볼러 배찬승(18·대구고)이 2025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11일 열리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대 관심사는 일찌감치 '전체 3순위'였다. 왼손 투수 정현우(덕수고)와 오른손 투수 정우주(전주고)가 '드래프트 톱2'라는 건 이견이 없는 상황. 당초 두 선수의 뒤를 이어 왼손 투수 김태현(광주제일고)과 오른손 투수 김태형(덕수고)의 2파전 양상이 치열했다. 그런데 최근 배찬승의 주가가 상향하면서 전체 3순위 지명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A 구단 단장은 "배찬승의 주가가 많이 오른 건 맞다. (전체 3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삼성 라이온즈가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명)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배찬승의 강점은 빠른 공이다. 올해 공식전 최고 구속이 153㎞/h에 이른다.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보통 140㎞/h 후반, 150㎞/h 초반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40㎞/h 중반 정도인데 배찬승은 147~150㎞/h를 꾸준히 유지한다"라며 "이닝을 짧게 던지면 구속이 150㎞/h 이하로는 잘 안 떨어진다. 제구가 불안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찬승은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 볼넷을 총 9개(130타자, 탈삼진 46개)만 허용했다. 피안타도 적어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1에 불과하다. 외야수로 입학해 투수로 전환한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손경호 감독은 "이로운(현 SSG 랜더스)이 3학년 때 아팠는데 그때 에이스 역할을 1학년 배찬승이 해냈다"라며 "성실하고 인성도 좋다.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드래프트 상위 지명 후보들이 포함된) 덕수고나 전주고가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우린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배찬승의 주목도가 떨어졌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구고는 올해 초 두동현을 비롯한 주축 타자 3명이 수술대에 올라 전력이 약화했다.
B 구단 운영팀장은 "대구고가 전국대회에 많이 못 올라갔다. 그러면서 (배찬승은) 조금 잊힌 존재가 되기도 했지만 원래 좋은 선수"라며 "투구할 때 (팔이 넘어오는) 암 스피드는 타고났다. 150㎞/h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을 다 던진다. 개인적으로 삼성이 지명해야 하지 않을까. 연고 지역 선수인데 이런 선수를 (지명 목록에서) 빼는 건 쉽지 않을 거 같다"라고 예상했다.
공교롭게도 전체 3순위 지명권을 대구고의 지역 연고 구단 삼성이 보유했다. 배찬승은 종전 1차 지명 체제였다면 무난하게 삼성 유니폼을 입었을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이번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대구 지역 선수 중 전체 1순위 자원이다. C 구단 단장은 "지역팀 선수라는 게 있어서 (삼성으로선) 안 뽑으면 좀 부담스러울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변수는 배찬승의 쓰임새다. 배찬승은 짧은 이닝을 강하게 던지는 불펜에 어울린다는 평가가 있다. 같은 왼손 투수로 상위 지명을 다투는 김태현과 상반된다. 김태현은 최고 구속이 배찬승보다 4~5㎞/h 정도 느리지만 선발 완성도는 더 높다는 평가. B 구단 운영팀장은 "배찬승이 왼손으로 150㎞/h를 던지지 않나. (그만큼 희소성은 있지만) 선발이 필요하다면 김태현이나 김태형이 맞을 수 있다. (팀의 보강 포지션이) 중간이냐 선발이냐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