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60대는 아니지만, 이제는 연예계에서 어엿한 선배급 배우가 된 지진희는 ‘가족X멜로’로 또 한 번 멜로 연기를 하게 된 것에 겸손함을 드러냈다. “쓸데없는 욕심은 안 부리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게 다르다는 걸 정확히 알기 때문”이라고 덤덤하게 말한 그는 “작품이 들어왔을 땐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데까진 노력하고 있다”며 연기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진희는 ‘가족X멜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가 많은 요즘, 이런 가족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족X멜로’는 11년 전에 쫓아낸 아빠가 우리 집 건물주로 컴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진희는 손대는 사업마다 말아먹고 가족에게 손절당한 아빠 변무진 역을 맡았다. 지진희는 “실패하고 집에서 쫓겨났던 남자가 다시 아내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결국 되찾는 이야기”라며 “그동안 제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부자가 돼 나타난 변무진은 금애연(김지수)과 재결합을 노리는데, 이때 지진희는 능청스럽게 구애하는 코믹 연기를 펼쳤다. 특히 변무진이 태국에서 하이힐 장사를 하는 장면에선 직접 하이힐을 신고 매혹적인 워킹을 선보였는데, 여성만큼이나 예쁜 발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가 지진희 씨 발목이 예쁜 걸 알고 넣은 장면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전혀 몰랐다. 작가님이 제 발목을 볼 일은 없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며 “내가 발목, 손목이 얇은 편인데, 굽이 있고 발목을 감싸주는 버클이 있어서 더 예뻐 보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소소하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하이힐이 되게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편했어요. 물론 10시간 신고 있으라면 못하겠죠. 똑바로 서려면 자세를 꼿꼿하게 펴고 있어야만 하더라고요.”
지진희는 1999년 데뷔해 어느덧 올해 25년째를 맞았다. 드라마 ‘봄날’, ‘대장금’, ‘애인있어요’,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미스티’ 등 다수의 멜로 작품에 출연하며 특히 로맨스와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가를 얻었다. 동시에 ‘60일 지정생존자’, ‘언더커버’ 같은 장르물에도 출연하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해왔다.
지진희는 오래도록 배우로 활동한 자신을 대견해 하면서 “대본을 보는 게 힘들어 죽겠다. 나는 글씨를 정말 싫어하는 데 어렸을 때도 안 한 공부를, 읽지도 않은 책을 보느라 미치겠다”며 웃었다. 이어 “오래 해도 대본 외우는 노하우 같은 건 없다. 진짜 많이 보는 것밖에는”이라며 “너무 보기 싫은데 그냥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인 지진희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꾸준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6년 전부터 술도 끊었다고 했다. 지진희는 “항상 언제 작품에 들어가도 1~2주만 준비하면 될 정도의 몸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캐스팅되는 건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술을 끊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더 오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겠지만, 내 것이 아닌데 붙잡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 저도 빠져야 할 시기가 오겠죠. 그때 미련이 없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