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단행한 역대 최고 투자도 LA 다저스의 '패배 DNA'를 바꿀 순 없던 걸까. 다저스가 또 다시 패하며 가을 잔혹사 반복을 눈 앞에 뒀다.
다저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3차전을 5-6으로 패했다. 정규시즌 MLB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하고도 1승 2패 위기에 몰린 다저스는 이제 1경기만 더 지면 올해 우승 도전을 마감한다.
1승 2패 과정이 모두 좋지 못했다. 일단 선발진 붕괴가 치명적이다. 1차전 선발 야마모토는 3이닝 5실점으로 크게 부진했고 2차전 잭 플래허티도 5와 3분의 1이닝 4실점했다. 3차전 워커 뷸러가 나섰으나 5이닝 6실점. 야마모토는 타선이 역전을 해내며 패전 위기를 벗어났으나 나머지 둘은 패전 투수가 됐다.
다저스가 선발진에 쓴 돈을 생각하면 구단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결과다. 지난해에도 선발진이 무너져 포스트시즌을 3연패로 마감했던 다저스는 겨울 동안 전력 보강에 전념했다.
투자는 투·타를 가리지 않았다. 일단 선발진에는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3억 2500만 달러, 원 소속구단 오릭스 버팔로스에 지불한 포스팅비 약 5000만 달러까지 3억 7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트레이드 후 연장계약을 맺은 타일러 글래스나우와 총 계약 규모는 1억 35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어 하위 선발 역할을 맡긴 제임스 팩스턴에게 700만 달러를 줬다. 왼쪽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프랜차이즈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에게도 500만 달러 계약을 더했다. 다저스의 투자 총액은 약 12억 8212만 달러(한화 1조 723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한 이는 전무했다. 야마모토는 시즌 중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더니 시즌 말에야 복귀했다. 포스트시즌에라도 정상 가동을 바랐으나 가을야구 데뷔전인 NLDS 1차전에서 3이닝 5실점 무너졌다.
야마모토와 원투 펀치를 기대했던 글래스나우는 아예 나오지도 못했다. 시즌 말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던 그는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가 결국 연내 복귀가 불발됐다. 믿었던 커쇼는 재활 후 돌아왔으나 부진하다 발가락 부상으로 역시 시즌을 마감했다. 하위 선발로 로테이션을 지키다가 시즌 중 로스터 문제로 방출됐던 팩스턴은 시즌 중 부상이 터지면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은퇴했다. 결국 다저스의 선택은 모두 오답이었다. 시즌 중 플래허티를 트레이드로 데려왔으나 가을야구 선봉장을 맡기기엔 역부족이었다. 2년 간 재활을 소화 후 돌아온 뷸러의 구위는 전성기만 못했다.
'돈값'은 타자들도 기대 이하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한 오타니가 잠잠하다. 1차전 결정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쳐 승리를 이끌 때만 해도 '역시 오타니는 다르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2경기는 잠잠하다. 2차전 4타수 무안타에 그친 오타니는 3차전 역시 4타수 1안타 2삼진을 당하고 침묵했다. 3회 단타 하나로 팀이 만루 홈런을 터뜨리는 데 기여했으나 그뿐이었다. 오타니의 활약이 필요했던 때는 2경기 연속 침묵하면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고액 연봉 선수, 또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샌디에이고와는 대조적이다. 샌디에이고는 2차전 선발 다르빗슈 유가 7이닝 1실점으로 다저스 타선을 틀어막았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제이슨 아담, 테너 스캇이 필승조로 뒷문을 걸어잠그는 중이다. 지난 2021년 14년 3억 40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타율 0.556 출루율 0.646 OPS(출루율+장타율) 1.969로 역대 최고 수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다저스에 불행 중 다행인 건 무키 베츠가 살아났다는 거다. 지난 2020년 12년 3억 6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던 베츠는 정규시즌 꾸준히 활약 중이지만 2022년부터 시작된 포스트시즌 22타수 무안타 부진을 2차전까지 이어왔다. 하지만 3차전에선 1회 초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안타를 치며 모처럼 활약했다.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는 10일 열리는 4차전에서도 지면 시리즈를 완전히 내주고 올해 가을을 마치게 된다. 믿을 선발이 없는 다저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4차전 마운드를 불펜 게임으로 운용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오타니, 베츠 등 고액 연봉 타자들까지 침묵한다면 다저스의 가을 잔혹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