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후 잠시 만난 박영현은 "3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있었나"는 기자의 질문에 "프로 와선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3이닝도 모자라 아웃 카운트 하나를 더 보태 3⅓이닝을 홀로 버텼다. 박영현은 "그만큼 간절했다"라며 싱긋 웃었다.
박영현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8회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 11회까지 3⅓이닝을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6-5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날 KT는 벼랑 끝에 몰렸다. 준PO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2~3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한 번만 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7회까지 5-3으로 리드를 잘 이어오다 8회에 2점을 헌납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설상가상 내야 안타로 2사 만루까지 몰린 상황, KT는 마무리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단 1실점이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박영현은 씩씩했다. 까다로운 타자 신민재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친 박영현은 이후 3이닝을 홀로 무실점으로 책임지면서 팀의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후 "지면 끝인 경기라서 박영현에게 이닝을 계속 맡겼다. 미안하고 고맙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영현은 "분위기가 상대팀에게 넘어갈 타이밍에 들어와 잘 막았다. 1점도 주면 안되는 상황에서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기분이 좋다"고 총평했다. 박영현은 "원래는 1과 3분의 1이닝 정도을 최대로 던진다고 생각했는데 3이닝까지 갈수록 밸런스가 잡혀서 코치님께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박영현은 "간절했다"라고 말했다. 박영현은 "코치님이 힘들면 바꿔주겠다고 얘기했는데 (가을야구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짧게 만나 프로 데뷔 후 최다 이닝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도 그는 "이닝에 대한 생각은 안했다. 그냥 간절한 마음으로 던졌다"라고 답했다.
박영현은 5차전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이에 그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0%의 확률을 100%로 만든 팀이다.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더 잘해야겠다"라고 답했다. 박영현의 말대로 KT는 지난 와일드카드 결정 1~2차전에서 승리, 준PO에 진출한 KBO 최초의 정규시즌 5위 팀이 된 바 있다. 준PO에선 3차전 승리 팀이 100%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3차전에서 패한 KT는 또 다시 0%의 확률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