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기간은 숨을 고를 기회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 속 지친 체력을 끌어올리거나, 부상 선수들은 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 A매치 휴식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팀들이 많은 이유다.
그런데 10월 A매치 휴식기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팀당 33경기씩 정규 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운명의 파이널 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강등 위기에 내몰린 팀들은 휴식기 무게감이 다르다. 강등권 한 구단 관계자가 “2주 동안 강등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기”라고 하소연했다.
올 시즌은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과거에는 몇몇 팀이 크게 뒤처지거나 앞서는 등 경쟁 구도가 좁혀진 채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했다면 올해는 어느 팀도 안심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이렉트로 강등되는 12위뿐만 아니라 K리그2 팀들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벌여야 하는 10~11위 등 최대 3개 팀(1+2)이 강등될 수 있는 구도 또한 생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팀은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2)다. 정규 라운드 막판 1무 3패로 추락하는 바람에 끝내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파이널 라운드가 5경기 체제로 진행된 2014년 이후 정규리그 최하위 팀이 강등된 사례는 무려 8차례. 현재로선 최하위 인천의 강등 확률이 80%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정규리그 최하위 팀이 극적으로 잔류한 2차례의 기적을 모두 인천이 썼다. ‘생존왕’ 별명이 붙은 배경이다. 인천이 쉽게 잔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다른 팀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0위 전북 현대(승점 37)와 11위 대전하나시티즌(35)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운명의 승강 PO를 치러야 한다. 두 팀 모두 시즌 막판 가파른 상승세를 타다 정규리그 막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전북은 6경기 무패(4승 2무) 이후 대구FC 원정 패배로 다시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대전 역시도 7경기 무패(4승 3무) 이후 내리 2패를 당했다.
강등권에 추락한 세 팀 중 어느 팀이 강등되더라도 충격적인 결과다. 파이널 B 추락 자체가 처음인 전북은 K리그 명문 구단이라는 점에서 충격과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기업구단 전환 이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도 강등권에 머문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강등 경험이 없는 인천의 강등 역시도 K리그엔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세 팀만 강등 위기에 내몰린 건 아니다. 강등권과 겨우 1점 앞선 대구(승점 38)는 물론이고, 8위 제주 유나이티드(41)나 7위 광주FC(43)마저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파이널 라운드는 같은 그룹끼리 맞대결을 펼치기에 연패라도 당하면 순위 추락은 금방이다. 생존을 위한 노력들이 이번 A매치 휴식기 내내 처절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