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랜디(James Landi)를 기억하는가? ‘초능력자라고 자처하는 사기꾼을 가려내던’ 제임스 랜디 말이다. 그는 사재를 털어 상금으로 100만 달러를 내걸고 초능력자를 찾아 다녔다. ‘초능력을 가졌다’라며 세상을 속이는 자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지난 2003년 대한민국도 방문했다. ‘SBS 도전 100만달러! 초능력자를 찾아라’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초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여러 거짓말쟁이의 속임수를 밝혀냈다.
몸이 자석이라고 주장하던 사기꾼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쇠로 된 것은 무엇이든 몸에 붙일 수 있다고 주장하던 자였다. 제임스 랜디는 그를 간단하게 물리쳤다. 어떻게 했느냐고? 그 초능력자 가슴에 밀가루를 발랐다. 그리고 나서 숟가락과 다리미 따위를 붙여보라고 했다. 몸이 자석이라면 밀가루를 발라도 쇠가 몸에 붙어야 했다.
결과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사람 몸 속을 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가졌다는 사람도 출현했다. 제임스 랜디는 수술을 받아 신장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을 여러 사람 사이에 서 있게 했다. 그리고 투시력을 가졌다는 사람에게 가려내게 했다. 세 번 도전해서 두 번 맞히면 인정하기로 합의 했다. 한 번은 우연히 맞힐 수도 있으니까. 출연자는 한 번은 맞혔지만 나머지 두 번은 실패했다.
이런 식으로 제임스 랜디는 가짜 초능력자를 전부 가려냈다.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제임스 랜디는 제법 오랫동안 세계를 돌며 ‘100만 달러 챌린지’를 벌였다. 단 한 사람도 상금을 타지 못했다.
그런 제임스 랜디가 능력을 인정한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그는 클래식 음악 엘피(LP) 레코드판을 보면 어떤 음악을 담고 있는지 맞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린트겐이었다. 제임스 랜디는 어떤 속임수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럴 수 밖에. 린트겐의 능력은 속임수가 아니라 진짜였기 때문이다.
린트겐은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과 엘피 레코드판에 심취했다. 그리고 섬세한 눈으로 엘피 레코드판에 새긴 홈이 음악의 강약과 진동수 등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 세월 그 홈을 관찰하면서 어떤 클래식 음악을 새겼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임스 랜디는 그를 인정했다. 그런데도 린트겐은 자신은 초능력자가 아니라며 상금을 거절했다. 제임스 랜디와 린트겐 두 사람 모두 평범한 뱁새 김용준 프로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이들이다.
제임스 랜디는 다른 재미 있는 도전도 했다. 그것은 실험이었다. ‘거짓을 믿는 믿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밝히고자 한 것이다. 제임스 랜디는 방송국과 일을 꾸몄다. 호세 알바레스라는 스무 살 청년을 내세워서 말이다.
제임스 랜디와 짠 방송국은 호세 알바레스가 2천 년 전에 살았던 주술사 카를로스의 영혼과 교감하는 메신저라고 세상에 소개했다. 당연히 거짓이었다. 방송국은 호세 알바레스가 이미 신통력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유명하다고 홍보했다.
평범한 청년인 호세 알바레스도 제 몫을 다했다. 기가 막히게 메신저인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느냐고? 단 일주일 만에 호주 사람들은 진짜 메신저가 세상에 나타났다고 믿었다. 얼마 뒤 호세 알바레스는 방송에 나와 자신은 실험을 위해 연기를 한 것일 뿐 메신저가 아니라고 털어 놓았다. 진실을 밝혔지만 지금도 호주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메신저가 세상에 다녀갔다고 믿고 있다.
골프 칼럼에서 느닷없이 제임스 랜디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바로 뻔한 거짓으로 골프 세상을 기망해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여전히 거짓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 말도 안 되는 일에 상처를 입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프로 골퍼는 실력 못지 않게 이미지도 중요하다. 물론 실력만 있으면 프로 골프 투어에 나가 상금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상금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나머지를 채우는 것이 바로 광고 또는 홍보이다. 스폰서로부터 협찬을 받거나 광고 출연료를 받는 것 말이다.
광고나 홍보에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어쩌면 실력 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한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니지먼트 회사는 프로 골퍼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갖은 꾀를 낸다. 그 꾀는 거짓을 포함하고 있을 때가 있다. 어떤 프로 골퍼가 아주 예의 바르다거나 효자 또는 효녀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꾀에는 언론도 동참한다. 때로는 알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만든 그럴싸한 이미지가 거짓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이따금 있다. 됨됨이는 필연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어서이다. 그럴 때 평범한 골프 팬은 해당 골퍼가 거짓으로 골프 세상을 속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 프로 골퍼가 합당한 타격도 입지 않은 채로 골프 세상을 활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에 상처 받은 골프 팬이 뱁새 김 프로에게 메일을 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진정한 골프 팬에게 제임스 랜디가 한 실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하고 싶었다. 거짓이 드러나도 여전히 거짓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골프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곳에서도 그렇다고. 그러니 너무 분하게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