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은 아직 올해 한국시리즈(KS)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지난 15일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당한 부상(오른 무릎 내측 인대 미세손상)으로 재활 훈련 중이다. KS 매 경기 대타 투입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몸이 성치 않다. 그 가운데 팀이 KS 1~2차전에서 내리 패했다. 구자욱은 미안한 마음이 컸다.
구자욱은 25일 열린 KS 3차전에서 안도의 한숨과 감동의 눈시울을 붉혔다. 삼성이 홈런 4방으로 KS 3차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경기 전 구자욱은 팀원들에게 "대구에서 꼭 이기자, 기죽지 말자"고 말한 바 있는데, 동료들이 이를 잘 따라주면서 승리했다.
팀의 승리에 구자욱도 울컥했다.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은 "선수들이 홈으로 돌아와 더 과감하고 편하게, 위협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같아 기쁘다. 분위기를 잘 이어가서 내일(26일)까지 승리해서 광주로 갔으면 좋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구자욱은 7회에 나온 김헌곤와 박병호의 백투백홈런이 특별했다고 전했다. 당시 2-1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었는데, 두 선수의 홈런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구자욱은 "점수가 더 필요한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었다"며 "두 형이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데 홈런까지 치니까 울컥하더라. 눈물까진 아니고 소리를 엄청 질러서 얼굴이 빨개진 것 같다. 목도 쉬었다"라며 미소지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을 격하게 환영하고 누구보다 더 크게 소리지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구자욱은 "(경기에 못 나가는) 미안함이 컸다. 더 열심히 목 터져라 응원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고 싶었다. 동료들도 힘이 나는, 감동적인 말들을 내게 많이 해줬다. 정말 고마웠고,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구자욱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 대타로 나올 것을 대비해 재활 훈련에 매진 중이다. 지난 1차전에선 몸을 푸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구자욱은 "준비는 언제든지 돼있다. 안 나오더라도 준비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술을 앙 다물었다.
삼성은 10%의 확률에 도전한다. 역대 KS에서 1~2차전에서 내리 패한 뒤 우승한 팀은 20개 팀 중 2팀뿐. 삼성의 우승 확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자욱은 "우리는 어차피 언더독이었다. 두려울 것도 없다"며 "우리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보스의 취약한 목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목덜미를 잡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