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해 “한국축구와 대한민국 축구인들을 가장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던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돌연 정몽규 회장의 지지를 선언했다.
축구지도자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3명의 후보 중 1명을 지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비교·검토한 결과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축구지도자협회는 “지지 후보 선정을 위해 ▲진정으로 축구에 헌신할 검증된 경영능력과 축적된 경험의 보유 여부 ▲선거용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인가 ▲협회의 사명을 수행할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직원을 서비스 마인드로 재무장시킬 의지가 있는가 ▲전문지도자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선수와 현장 지도자들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줄 후보인가 ▲객관적인 세평을 고려해 당선 후 전체 축구인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 인격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가를 검증하고 고려한 결과 정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축구지도자협회는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더라도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어젠다에는 긴밀히 논의하고 기꺼이 협력하겠지만, 축구인의 열망과 기대를 저버리는 정책이나 결정에는 가차 없는 비판과 견제를 계속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설동식 회장 체제로 출범한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그해 9월만 하더라도 “신뢰 잃은 정몽규 회장과 현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고, 무능한 축구협회는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며 정몽규 회장을 향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는 단체다.
당시 지도자협회는 “대한민국 축구 발전과 미래를 위해 축구인과 축구지도자 일동은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며, 정몽규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한다. 정 회장은 세 번이나 연임하면서 12년째 재임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반복된 실책과 무능, 그리고 비상식적 경영은 이제 정 회장 체제가 존립할 수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인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과 현 집행부는 그간 선·후배 축구인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명예와 긍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대한축구협회 창립 이래 한국축구와 대한민국 축구인들을 가장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내일과 후배 축구 선수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낡은 체제를 고수하거나 연장하려는 어떠한 기만과 술책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축구지도자협회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 돌연 정몽규 회장의 '적극 지지'로 입장을 바꿨다.
정몽규 현 회장과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가 출마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오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거쳐 오전 11시 1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투표가 진행되고, 오후 3시 이후 개표가 이뤄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후 5시까지 2차 결선 투표 및 개표를 거쳐 당선인이 확정된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 지도자, 선수 등 170여명으로 구성됐다. 제55대 회장 임기는 오는 22일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