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두 번째 시즌을 앞둔 이정후의 타순 키워드는 3번이다. 시범경기 첫 2경기에 모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36경기 중 31경기(86.1%)에서 1번 타자를 맡았다. 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리드오프였는데 올 시즌에는 3번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구상하는 2025시즌 1번 타자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다. 웨이드 주니어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주전 중 가장 높은 출루율(0.380)을 기록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멜빈 감독이 웨이드 주니어를 리드오프로 배치해 그의 뛰어난 출루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번 타자는 겨우내 새롭게 영입한 공격형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가 유력하다. 아다메스는 지난 시즌 홈런이 32개인 오른손 거포로 왼손 타자인 웨이드 주니어와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멜빈 감독은 3번과 4번 타순에 이정후(좌타)와 맷 채프먼(우타)을 투입하는 '지그재그 타선'을 구상하고 있다. 3번 타순이 최근 몇 년 샌프란시스코의 고민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이정후를 향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 3번 타순 타율이 0.245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0위에 머물렀다. 출루율은 13위였다. 엘리엇 라모스와 웨이드 주니어, 패트릭 베일리 등 3번 타순에 들어간 타자들이 하나같이 부진했다.
이정후에게 3번 타순은 '익숙한 옷'이다. KBO리그 통산 3947타석 중 2017타석(51.1%)을 3번 타순에서 소화했다. 2020시즌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3번 타순 비율이 83.1%(2175타석 중 1807타석)에 이른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3번 타순에서 플레이하는 데 익숙하다. 내가 자신 있다고 말하는 포지션"이라며 "라인업의 모든 타순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날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2014시즌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버스터 포지라는 걸출한 3번 타자가 타선을 이끌었다. 테이블 세터와 클린업 트리오의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한 포지 덕분에 타선의 짜임새가 탄탄했다. 이정후는 27일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에선 다시 리드오프를 맡았다. 이정후는 "어떤 타순에서 플레이하든 상관없다. 8번이 될 수 있고 9번이 될 수 있는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