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간담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5대 그룹 총수들이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처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다.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뜨거운 감자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과 회동한다. 이 자리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함께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기업 총수, 경제단체장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상호관세와 관련한 통상 현안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하기에 앞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당면 현안에 대한 경제계 목소리를 청취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 재발의를 추진한 만큼 ‘상법 개정안’ 논의 여부도 관심사다. 상법 개정안 재추진은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 중 핵심 공약이기에 경제계로서는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발표문’을 통해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며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 소액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을 국내 주식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입장에 따라 일부 조정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안’에 관한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자리였음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13일 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와 관련된 메시지를 다시 정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지난 3월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여러분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면 누군가에 손해를 끼치지도 않고, 사회를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성장·발전할 수 있다’고 제시해 주시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5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은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보호와 주주권익 제고에 공감하면서 상법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은 혁신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상장사의 86.5%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상법 개정안은 주로 중견·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제한해 기업성장생태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안 재추진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과 이 대통령의 회동 결과에 따라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일정 부분 손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