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들의 빌딩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체재에서 첫 세제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부자감세’의 원상 복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세제개편안이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에만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치적 보복’ 방식으로 정리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7월 들어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1%포인트(p) 상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 같은 3년 만의 법인세 회귀는 기업들의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는 3년 만에 다시 법을 바꾸는 셈이라 세법개정안 대신 세법개편안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2022년 연말 힘겨운 여야 합의로 결정됐던 법인세율 인하분의 제자리가 핵심이다. 이뿐 아니라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강화될 것으로 보여 윤석열 정부 때의 완화분을 다시 반납할 조짐이다.
1%p 법인세 인상은 표면적으로 작은 수치일 수 있겠지만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로 법인세 최고세율에 해당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큰 인상폭이 될 수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인한 인공지능(AI) 붐 수혜를 입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법인세 비용 1조191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1분기에 9286억원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법인세가 5조~6조원에 달할 전망이라 1%p 인상으로 500억~600억원 차이가 나타난다.
세제개편안을 적용하면 영업이익 기준으로 3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기업은 21%에서 22%로 상향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는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4년 62.5조원으로 대략 40% 감소했다. 법인세율 1%p 인하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겠지만 반도체 불황 등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법인세 감소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번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 상향, 대주주의 양도세 부과 기준 상향 등 기업과 기업인만 압박하는 모양새다. 대신 범위가 넓은 소득세와 부가세 등의 세수 개편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은 역행 추세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추이를 살펴보면 인하와 유지가 27개국으로 인상 11개국보다 많았다. OECD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도 25.2%에서 23.9%로 1.3%p 낮아졌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 포함해 26.4%로 OECD 38개국 중 11위로 높은 편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 자금을 활용해 인재 발굴 및 양성과 연구개발 투자 등의 항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법인세 1% 차이가 큰 금액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먼저 기업들이 살아야 ‘민생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