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엄상백. 사진=한화 이글스 2025년 내내 몸값 논란을 안고 왔다. 엄상백(29)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화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을 치른다. 한화는 1차전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9-8로 승리했지만, 2차전에서는 상대 선발 투수 최원태 공략에 실패해 3-7으로 패했다.
PO 1승 1패에서 3차전을 잡은 팀이 KS에 진출할 확률은 53.5%(15번 중 8번)다. 1차전 승리로 76.5% 확률을 잡은 한화지만, 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패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압박감이 배가된 채 4차전을 치를 수 있다. 더구나 3차전은 투수진 '맏형' 류현진이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데, 이 경기에서도 패하면 한화가 자랑하는 1~3선발(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이 모두 고전하거나, 등판한 경기에서 승수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만큼 3차전이 중요하다.
한화 승리 키 포지션은 역시 불펜이다. 정규시즌에도 상대적으로 헐거운 허리진이 고민이었다. PO 1차전에서는 선발 자원 문동주를 7·8회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3차전에서 이 카드를 다시 쓸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문동주가 3차전에 등판하면, 한화는 4차전에서 '불펜 데이'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엄상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는 2025시즌을 앞두고 78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선발' 투수다. 하지만 전반기 선발 등판한 15경기에서 6점대 평균자책점(6.33)에 그치며 부진했고, 잠시 퓨처스리그에서 조정기를 가진 뒤에도 기대에 못 미쳐 후반기에는 불펜 투수로 나섰다.
이번 PO 첫 등판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5로 끌려가고 있었던 19일 2차전 5회 초부터 불펜 투수들을 한 명씩 투입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전 감각 회복을 유도하려고 한 것. 그렇게 조동욱·정우주·황준서·주현상·박상원·한승혁이 차례로 무실점 투구를 했다. 하지만 엄상백은 9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해 첫 타자 이재현에게 볼넷, 후속 김태훈은 삼진 처리한 뒤 상대한 강민호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맞았다. 승기가 삼성으로 완전히 넘어간 순간이었다.
엄상백이 3~4이닝을 잘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를 줬다면, 3차전에서 문동주를 구원 투입하는 선택을 조금 더 명확하게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도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었다. 엄상백도 이번 포스트시즌을 재도약 발판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실점 그의 컨디션을 봤을 때 중요한 임무를 맡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