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과징금을 높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기에 재계의 대기업 규제 완화 바람에는 오히려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병기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민생경제 회복과 인공지능(AI)·데이터 분석역량 강화를 위해 내년 1분기에 총 167명의 인력을 증원할 계획도 내놨다.
주병기 위원장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는 보다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시 자료 등을 관리·분석하는 체계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부실채권·투자거래 등 금융 분야와 식품·의료 등 국민 생활 밀접 업종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 감시한다.
대기업의 사익편취 규제 회피 방지를 위해서는 규제 대상 지분율(총수일가 20% 이상 등)을 판단할 때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중복상장을 억제하기 위해 30%인 상장회사 의무지분율을 신규 상장시엔 일반 지주회사와 마찬가지로 50%를 적용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현행 법률을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해 과징금을 좀 더 강화할 것이며, 법률 개정도 검토 중"이라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실효적 경제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이 형벌 완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외국 기업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경제적 제재로 처리할 문제를 한국은 형벌로 처리하는 점에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경제 선진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과도한 형벌 규정은 정리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재계에서 대기업 규제 완화를 제안한 것을 두고는 "해결되도록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주 위원장은 "지금까지 규제를 통해 총수일가의 잘못된 경영참여 등 문제를 해결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최 회장이 말했듯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 대상을 줄여야 한다는데 이런 요청은 시대에 역행하며, 오히려 확대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총수일가가 다른 목적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숙제"라고 일축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년 1분기에 공정위 인력을 총 167명 증원할 계획을 밝혔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서울사무소의 경기·인천 업무를 분리, 총 50명 규모의 경인사무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AI·데이터·경제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 23명도 새로 뽑는다.
그는 "보강된 조직과 인력을 통해 불공정행위로 생존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신속히 피해 회복을 지원하고, 조사를 받는 기업에는 빠르게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며 "사건처리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한 내부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재편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산 1호 프로젝트인 HD현대-롯데케미칼 기업결합은 사전 협의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사전심사도 접수될 것"이라며 "정보교환행위도 3개 산단별 주요 기업과 사전협의를 하는 등 사업재편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량 협의 등 경성 공동행위와 관련한 공정위 사전 인가와 관련해 "석화에 한정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시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석화특별법 제정에 협력해 입법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정위도 경쟁당국 본연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조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