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린샤오쥔. IS포토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서 태극전사들과 경쟁한 ‘한국계 선수’들이 4년 뒤에도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무서운 경쟁자로 남을 전망이다.
전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이번 대회 가장 위협적인 귀화 선수였다. 그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 혼성 계주를 시작으로,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뛰며 한국과 경쟁했다.
린샤오쥔은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며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듬해 국가대표 훈련 중 동성 후배에 대한 강제 추행 혐의를 받고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 1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그는 혐의와 관련해 소송 끝에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돌연 중국 귀화를 택했다. 그는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에 따라 8년 만에 밀라노에서 올림픽 복귀전을 치렀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일정을 마치고 한국 취재진 앞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나는 그때 어렸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며 내 자신이 단단해진 것 같다. 이미 지난 일이고,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준비할 생각”이라고 덤덤히 밝혔다.
이번 대회 개인전 3개 종목 모두 준준결승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본 그는 “관리를 잘한다면, 한 번 더 (올림픽이) 가능할 거 같다”고 했다.
또 쇼트트랙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앤드류 허(한국명 허재영)가 한국 선수들과 경쟁했다. 올 시즌 미국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미국 이민자 허덕진 씨와 김혜영 씨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선수다.
앤드류 허는 베이징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 입상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500m 예선에선 임종언(고양시청)을 넘어 1위로 준준결승에 오르는 등 활약했다. 앤드류 허는 대회 뒤 본지와 만나 “올림픽은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준비된 무대”라며 “예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이 종목에서 강했다. 하지만 스포츠가 진화하고, 선수들이 빨라지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4년 뒤에도 한국과 만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럼요”라며 웃었다. 김민석. 헝가리빙상연맹 SNS 캡쳐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김민석(헝가리)도 귀화 후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섰다. 그는 앞선 2차례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 1500m 동메달을 연이어 따낸 중장거리 간판이었다. 하지만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뒤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대한체육회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소속팀과 계약도 끝나며 선수 생활 연장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이철원 헝가리 빙상 대표팀 코치의 귀화 제의를 받고 떠났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올림픽에선 1500m 7위, 1000m 11위 등으로 입상에 실패했다.
김민석은 “스케이트가 너무 좋고, 내 인생의 전부였다. 2년 동안 훈련을 못하게 되면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올림픽 출전 기회에 대해 생각하면서 귀화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도 한국을 너무 사랑했고, 대표팀으로도 활약했다.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스케이트를 계속 탈 수 있는 길을 찾았다”라고 했다. “당연히 다음 올림픽을 준비한다”고 말한 그는 “다시 시상대에 서도록 노력할 거”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