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42) KT 위즈 주루 코치의 글러브 사랑은 유별나다. 2024년 은퇴 후 그의 글러브를 탐내는 선수가 많았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오랜 시간(2003~2024년) 분신처럼 함께해 온 장비이기에 박 코치 스스로도 "글러브에 특히 예민한 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아끼는 후배를 위해 흔쾌히 자신의 장비를 건넸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26년 신인 내야수 이강민(19)이다. KT 스프링캠프지에서 수비 훈련을 하는 이강민의 글러브엔 자신의 이니셜 'Lee K M'이 아닌, 'Park K S'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는 "박경수 코치님이 선물해 주셨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강민은 글러브뿐만 아니라 박 코치의 상징인 등번호 '6번'도 물려받았다. 박 코치 은퇴 후 1년간 주인이 없었던 KT의 6번은 새내기 이강민의 차지가 됐다. 지난해 11월 마무리 캠프 당시 이강민이 박 코치에게 조심스레 등번호를 요청했고, 박 코치가 이를 기분 좋게 수락했다는 후문. 선수 시절 거포 2루수에 탄탄한 수비로 리그 2루수 역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레전드의 장비와 등번호를 물려 받은 것이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박 코치는 "야구계 선배로서 앞으로 잘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애착의 마음을 담아 (이)강민이에게 선물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강민이가 평소 내 현역 시절 플레이 스타일과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배우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특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위즈티비 캡쳐
2026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이강민은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수비 기본기에 공격 잠재력까지 두루 갖춰 팀의 차세대 유격수로 꼽힌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일찌감치 "좋은 야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며 그의 성장에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이강민은 입단 동기인 내야수 김건휘와 함께 매일 야간 훈련을 자청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끈질긴 노력은 실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16일 호주야구리그 멜버른 에이시스와의 평가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2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코치진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기세를 몰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팀의 2차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당당히 합류하며 다가올 새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KT 이강민. KT 제공
박경수 코치는 이강민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했다. 박 코치는 "코치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라며 "강민이는 나보다 빠르게 프로 무대에 자리 잡아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라운드에서 주눅 들지 말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며, 오랜 시간 버텨내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격려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