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 (왼쪽부터)이현출-차진호-방민자-남봉광-양희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의 구성은 조금 특별하다. 지난 2022 베이징 대회까지는 팀 단위로 국가대표를 선발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소속팀의 성적과 무관하게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개인 자격으로 선발해 하나의 팀으로 꾸렸기 때문이다. '어벤저스'라고 봐도 무방한 최강 라인업이다.
각자의 소속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모였다. 그러다보니, 자칫 개인의 성향이나 전술적 고집이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방민자(64·전라남도장애인체육회) 양희태(5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차진호(54·경기도장애인체육회) 남봉광(45·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현출(40·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로 구성된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은 다르다. 신구조화가 확실한 4인조 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에서 겪은 아쉬움을 복기하면서 어느 때보다 단단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빠르게 팀워크를 다진 비결은 '소통'이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밖에서는 꾸준히 '티타임'을 가지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집중했다. 최고령 방민자와 팀의 막내 이현출은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지만, 이현출이 처음 컬링을 시작할 때 방민자의 도움을 받았을 만큼 둘의 사이는 각별하다. 여기에 양희태가 중심을 잡으며 팀을 든든하게 이끌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던 양희태(가장 왼쪽)와 이현출(가운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무엇보다 선수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내려놓음'이다. 양희태는 "훈련 기간이 짧은 만큼, 각자의 욕심을 먼저 내려놓고 양보하며 조금씩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던 차진호와 방민자는 '원 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시에도 개인 기량 위주로 국가대표가 선발됐기 때문이다. 차진호는 "평창 때도 한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에는 나 자신을 더 내려놓고 팀원들의 의견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민자 역시 "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 자신을 내려놓고 팀원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선수 각자의 뚜렷한 장점은 서로의 빈틈을 완벽하게 채워준다. 남봉광은 "경기 중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모두 뛰어난 실력과 믿음을 갖췄기에, 내가 실수하더라도 '다음 선수가 만회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신 있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 (왼쪽부터)이현출-양희태-방민자-차진호-남봉광.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들의 끈끈함은 빙판 위에서뿐만 아니라 빙판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긍정적인 격려와 깊은 공감대가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로 자리 잡았다.
이현출은 "우리 팀의 강점은 서로 '으쌰으쌰'하며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분위기"라며, "누군가 실수를 했을 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해주는 말 한마디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차진호는 "팀원들이 모두 중도 장애를 겪다 보니 훈련 중 몸이 아플 때가 있다"며 "그럴 때 팀원들이 먼저 안부를 물어주고, 밥을 못 먹을 때 살뜰히 챙겨주는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보여주는 배려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경기에는 5명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4명이 출전한다. 선수들 모두 "과정에 충실했기에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 (왼쪽부터)이현출-차진호-방민자-남봉광-양희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당면한 최대 과제는 현지 경기장의 빙질 파악과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휠체어컬링은 올림픽 컬링과는 달리, 스윕을 할 수 없어 빙질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 또 추운 빙상장에 3시간 이상 있어야 하다 보니 체력과 컨디션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베이징 대회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임성민 감독은 "베이징 때는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선수들은 경험이 풍부해 큰 무대에서의 두려움이 전혀 없다"며 "체력, 멘털, 기술 모든 면에서 베이징 때보다 훨씬 성장해 있어 기대가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 (왼쪽부터)방민자-차진호-양희태-남봉광-이현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컬링 4인조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진입이다. 2018 평창 대회 4위, 2022 베이징 대회 6위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시원하게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방민자는 "평창에 이어 다시 한번 큰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에는 후회 없이 대회를 마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진호 역시 "평창 대회 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이제 훌쩍 컸다. 이번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스킵(주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남봉광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량을 끌어올려 금메달을 목표로 온 힘을 다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