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가는 티샷, 그리고 세계 랭킹 2위 넬리 코르다(28·미국)의 맹추격. 거듭된 위기에도 김효주(31·롯데·세계 랭킹 8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철저한 마인드 컨트롤과 승부처에서 빛난 이미지 트레이닝, 그리고 주무기인 정교한 어프로치를 앞세워 리드를 끝내 지켜냈다.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샤론하이츠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6542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달러) 마지막 날,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그는 코르다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자, 지난해 3월 포드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에 추가한 LPGA 투어 통산 8승째다.
이날 김효주는 2위 그룹에 5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그러나 우승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4타를 줄인 코르다에게 10번 홀(파5)에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김효주. AP=연합뉴스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효주의 시선은 철저히 자신의 플레이에만 향해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상대방이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감정 변화가 오진 않았다"며 "내 플레이가 생각보다 안 돼서 내 것만 생각하기에 급급했다. 쫓아온 선수가 있다고 해서 급해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승부를 가른 건 라운드 후반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13번과 17번 파3 홀에서 첫 샷이 그린을 벗어났다. 보기를 범할 위기에서 김효주는 흔들리지 않았고, 정확한 어프로치 샷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김효주는 "정말 어려운 어프로치였다. 이번 주 그런 어프로치를 한 적이 없어서 걸어가는 동안 (샷을)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며 "원하는 대로 랜딩이 돼서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반 파3 홀 두 곳을 모두 지켜낸 것이 우승의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효주. AFP=연합뉴스
18번 홀(파5)에서도 위기는 이어졌다. 티샷과 세 번째 샷이 모두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이때도 김효주의 머릿속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그는 "무조건 파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타 차로 추격 중인) 코르다가 버디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록 파 퍼트가 빗나가며 보기로 홀아웃했지만, 코르다 역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김효주가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김효주가 정회원 자격으로 데뷔한 2015년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무대여서 의미가 더 컸다. 김효주는 "루키 때 우승한 대회다. 개인적으로는 우승했던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는 것 자체가 뜻깊다"며 "날씨도 좋았고 이번 한 주가 너무 행복했다. 좋은 기억을 안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김효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지난 8일 중국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이미향 우승)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챔피언을 배출하는 쾌거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