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나란히 칸을 찾는다. 과거 독립영화 시절부터 함께 고군분투했던 이들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연출자로 뤼미에르 대극장 계단을 오른다. 10년 전 칸이 이들의 존재감을 세계 영화계에 각인한 무대였다면, 2026년 칸은 자신만의 장르 세계를 완성한 연출가로서 위상을 입증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연 감독과 나 감독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 각각 ‘군체’(미드나잇 스크리닝)와 ‘호프’(경쟁 부문)를 들고 입성한다. 두 사람이 함께 칸을 찾는 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연 감독은 ‘부산행’(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K좀비’ 열풍의 서막을 알렸고, 나 감독은 ‘곡성’(비경쟁 부문)으로 전 세계 관객에게 강렬한 장르적 체험을 선사했다.
지난 10년간 이들은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법을 구축하며 상업적 성취와 비평적 지지를 동시에 확보해 왔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넘나들며 ‘연니버스’라는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했고, 나 감독은 긴 호흡 끝에 ‘호프’라는 마스터피스를 빚어냈다. 작업의 속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 장르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치를 경신해 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궤적은 맞닿아 있다.
나홍진 감독(왼쪽)과 연상호 감독 / 사진=일간스포츠 DB
실제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더욱 견고해진 연출력과 깊어진 시선을 투영한다. 먼저 16일 자정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사투를 담았다. 전작 ‘부산행’, ‘반도’ 등을 잇는 작품으로, 연상호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어 17일 베일을 벗는 ‘호프’는 외딴 마을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와 이를 마주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 감독은 이번에도 인간 내면의 공포와 욕망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또 한 번의 시네마틱 체험을 예고했다. 칸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공개되는 두 감독의 신작이 또 어떤 영화적 성취를 써 내려갈지 전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