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피네이션 제공 “앞이 안 보일 만큼 물이 쏟아지니까 더 신났어요. 전주만 나와도 다 아는 노래라 젖은 채로 계속 뛰고 따라 불렀죠.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오늘 하루 제대로 놀자 싶더라고요.”
지난 27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싸이흠뻑쇼 썸머스웨그2026’(이하 ‘흠뻑쇼’)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무아지경 그 자체인 ‘흠뻑쇼’에 잔뜩 취한 듯, 그의 눈빛은 행복감으로 밝게 빛났다.
싸이가 1년 만에 브랜드 공연 ‘흠뻑쇼’로 여름 접수에 나섰다. 현장은 공연의 드레스코드인 파란색 옷을 맞춰 입은 3만3000명의 관객들로 시작 전부터 파도가 넘실대듯 활기찼다.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친구끼리 온 이들부터 부부,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한데 섞였고, 옷에 적힌 ‘오늘은 엄마 찾지마’, ‘오늘 집에 안 간다’ 등의 문구에서는 이날 공연을 기다려온 들뜬 마음이 묻어났다.
공연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패러디한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됐다. 장항준 감독과 영화에서 단종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훈이 등장한 가운데, 싸이는 단종으로 변신해 박지훈과 댄스 배틀을 벌였다. 박지훈은 영화 속 말투를 살려 “즐길 준비 되었느냐”, “뛸 준비 되었느냐”고 외치며 호응을 이끌었다. 시작부터 달아오른 열기는 박지훈의 외침에 화답하는 함성, 하늘 높이 솟구친 워터캐논과 함께 끝내 폭발했다. 싸이는 공연 중 “오프닝 영상에 박지훈이 출연할 수 있도록 장항준 감독이 도움을 줬다”고 밝혔고, 실제 장 감독은 아내 김은희 작가와 객석에서 공연을 즐기다 카메라에 잡히자 자리에서 손을 흔들며 환호하기도 했다. 사진=피네이션 제공 물줄기도, 싸이도 관객이 숨 고를 틈을 주지 않았다. ‘나팔바지’, ‘연예인’으로 문을 연 본 공연에서는 ‘감동이야’, ‘댓 댓’, ‘낙원’, ‘젠틀맨’, ‘뉴 페이스’, ‘강남스타일’ 등 히트곡 향연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워터캐논은 객석을 향해 쉴 새 없이 뿜어졌고, 공연장은 말 그대로 ‘흠뻑’ 젖었다. 익숙한 전주마다 함성이 터졌고, 후렴마다 떼창이 이어졌다. 싸이는 “아이처럼 웃으면서 행복한 시간 꾹꾹 눌러 담아 가시길 바란다”며 공연 중간중간 객석을 향해 입모양으로 “행복해?”라고 묻기도 했다.
게스트 무대도 이날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백미였다. 먼저 가수 화사는 “오늘만을 기다렸다”며 ‘마리아’, ‘멍청이’, ‘쏘 큐트’, ‘굿바이’ 등을 연달아 불렀다. 가수 성시경도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싸이와 ‘뜨거운 안녕’을 함께한 뒤 ‘너의 모든 순간’, ‘거리에서’ 등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해질 무렵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성시경의 발라드가 이어지며 공연장은 잠시 감성적인 분위기로 물들었다. 성시경은 “싸이 형과 저는 같은 해, 같은 달에 데뷔했다. 정말 멋있는 형”이라며 애정을 드러냈고, “제가 부를 때는 환호도, 뛰지도 말고 잠시 쉬셔라. 나중에 집에 가면 ‘아까 성시경 때 쉬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드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피네이션 제공 앙코르에서는 YB의 ‘나는 나비’를 시작으로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윤수일의 ‘아파트’, 무한궤도 ‘그대에게’,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 등 떼창을 부르는 히트곡들이 이어졌다. 외국인들도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목소리를 보탰다. 앙코르라기보다 또 다른 본 공연에 가까웠다.
이어 싸이는 “이런 게 히트곡이 많은 가수의 비애인가 싶은데요. 여러분, 안 들은 노래가 한 곡 있지 않아요?”라며 ‘챔피언’을 꺼내 불렀다. ‘연예인’으로 ‘앵앵콜’을 이어갔고, 마지막 ‘예술이야’로 대미를 장식했다. 4시간 가까이 함께 뛰고 노래한 관객들은 마지막 곡에서 약속이나 한 듯 호흡을 맞췄다. 싸이는 “마지막 ‘예술이야’는 진짜 너무 예술이었다”며 “앞으로 64일간 대장정을 이어가야 한다. 오늘의 마지막 ‘예술이야’ 무대를 되새기며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다.
1500여 명의 스태프가 함께 완성한 ‘흠뻑쇼’는 압도적인 물대포와 쉴 틈 없는 구성으로 특유의 에너지를 자랑했다. 워터캐논은 곡마다 객석 위로 치솟았고, 관객들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뛰었다. 워터캐논이 터질 때마다 객석은 더 크게 환호했고, 객석의 환호에 싸이는 무대 위에서 미쳐갔다. 수증기와 조명이 어우러진 특수효과, 곡마다 맞물린 무대 장치도 몰입을 끌어올렸다. 쉴 틈 없는 구성에 장장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현장에서 끝까지 함께 뛰던 50대 남성 B씨도 공연이 끝난 데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는데, 다들 눈치 보지 않고 물을 맞으면서 신나게 뛰는 모습을 보니 저까지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함께 뛰고 소리 지르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300일이 불행하고 65일이 행복하다면, 오늘은 나에게 허락된 65일 중 첫날이었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그러했길 바랍니다.” 공연 말미 싸이가 남긴 말처럼, 이날 ‘흠뻑쇼’를 함께한 많은 이들에게 2026년 6월 27일은 행복한 하루로 적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