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초로 1800타점 고지를 밟은 최형우. 삼성 제공 "올드 제너레이션, 우릴 불러 쟤네 영크크, 영크크!"
그룹 코르티스의 노래에서 시작된 신조어 '영크크(영 크리에이터 크루)'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상징한다. 하지만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정반대의 감성이 통하고 있다. 경험과 클래스를 앞세운 베테랑들이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늙크크'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늙크크'의 대표적 인물은 '최고령 선수' 최형우(43·삼성 라이온즈)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10년 만에 친정 팀으로 복귀할 당시만 해도 그에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전반기 1위를 이끌었다.
최형우는 전반기 8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9(289타수 95안타), 12홈런, 6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4를 마크했다. 출루율 4위, 타점 7위, 타율 8위에 오르며 여전히 최정상급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통산 최다 안타(2681개)를 경신한 최형우는 KBO리그 최초 1000장타와 1800타점도 달성하며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썼다.
리그 최초 2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최정. SSG 제공 한국인 최초 한·미 통산 200승을 올린 한화 류현진. 한화 제공 세월을 이겨낸 건 최형우만이 아니다. '홈런왕' 최정(39·SSG 랜더스)은 전반기에만 홈런 17개를 터뜨리며 리그 최초 2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고, 통산 4500루타도 돌파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은 지난 5월 24일 두산 베어스전 승리로 한국인 최초 한·미 통산 200승(KBO리그 122승·메이저리그 78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전반기에서 시즌 8승을 거두며 다승왕 경쟁도 이어가고 있다.
전반기에서 6승 16홀드 1세이브를 기록한 LG 김진성.LG 제공 베테랑들의 활약은 팀 성적과도 맞닿아 있다. 전반기 1~3위를 차지한 삼성, LG 트윈스, KT 위즈 모두 노장들의 역할이 컸다. 삼성 마무리 김재윤(36)은 세이브 22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 김진성(41)은 6승 16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의 중심을 지켰다. KT 김현수(38)도 KBO리그 최초 17시즌 연속 100안타 달성을 눈앞에 두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이런 흐름은 메이저리그(MLB)와는 대조적이다. MLB에서는 구속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30대 중후반 베테랑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AP통신은 "올 시즌 리그 평균 구속은 시속 94마일(약 151㎞)을 넘어섰고, 평균 구속 96마일 이상을 기록하는 선발 투수도 18명에 달한다"며 "베테랑 선수들에게 과거처럼 대형 계약을 제안하는 사례는 드물다. 예전에는 경험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KBO리그에서는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베테랑들이 여전히 팀 전력의 중심축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전반기를 지배한 '늙크크' 열풍이 후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