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_[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6 북중미 월드컵은 FIFA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48개국 시대'의 첫 시험대였다. 참가국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고,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대폭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월드컵은 더 많은 국가와 더 많은 팬을 품었다.
대회가 막을 내린 지금,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 성공한 부분도 있었지만, 월드컵이 안고 있던 한계 역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큰 성과는 기회의 확대였다.
그동안 월드컵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국가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를 경험했고, 축구 변방으로 분류되던 나라들도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쟁할 기회를 얻었다. FIFA가 내세운 '축구의 세계화'라는 목표는 일정 부분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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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려했던 경기력 저하도 예상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일부 전력 차가 큰 경기가 있었지만, 토너먼트에 진출한 약팀들이 이변을 연출하며 대회의 긴장감을 높였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32강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토너먼트 역시 이전보다 다양한 매치업을 만들어냈다.
반면 확대가 반드시 경기의 질을 높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국이 늘었지만 결국 우승 경쟁은 기존 강호들의 몫이었다. 조별리그에서는 전력 차가 뚜렷한 경기가 적지 않았고, 대회가 길어지면서 경기의 밀도도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회 방식도 복잡해졌다. 12개 조 체제에서 각 조 1·2위와 성적이 좋은 3위 팀이 32강에 오르는 방식은 경우의 수를 지나치게 늘렸다. 조별리그 마지막까지 다른 조의 결과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팬들조차 토너먼트 대진을 한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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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밖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맞물리며 정치적 논란을 낳았다. 일부 국가 팬들의 입국 절차와 비자 문제가 불거졌고, 월드컵이 강조해온 개방성과 포용성의 가치가 흔들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계인의 축제를 표방한 대회가 개최국의 정치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숙제로 남았다.
선수와 팬들의 부담도 커졌다.
북미 대륙 곳곳에 흩어진 개최 도시를 이동해야 하는 일정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뿐 아니라 원정 팬들의 비용 부담까지 크게 늘렸다. 경기 수가 104경기로 증가하면서 대회 기간도 길어졌고, 월드컵 특유의 압축된 긴장감이 다소 희석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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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FIFA의 상업화 전략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 월드컵이었다.
경기가 늘어난 만큼 중계권과 스폰서십, 마케팅 상품도 함께 증가했다. 참가국 확대는 축구 저변 확대라는 명분과 함께 FIFA의 수익 구조를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높아진 티켓 가격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일부 인기 경기와 주요 좌석 가격은 일반 팬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비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물론 경기장은 대부분 만원을 이뤘다. 그러나 흥행 성공이 곧 팬 친화적인 대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은 더 많은 국가를 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를 즐길 수 있는 팬들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48개국 체제는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 새로운 나라들이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고, 축구의 외연도 분명 넓어졌다. 그러나 대회가 커질수록 FIFA의 상업적 이해관계도 함께 커졌고, 정치와 흥행, 수익이 축구 못지않게 월드컵을 움직이는 요소가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더 큰 월드컵'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더 좋은 월드컵'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쉽게 내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