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삼성은 8-6으로 승리하며 선두 수성에 성공했지만,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2003년생 내야수 이재현과 김영웅의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플레이로 진땀승을 거뒀다.
6-0으로 앞서다 선발 최원태의 조기 강판으로 쫓기던 삼성은, 내야 수비가 연달아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했다. 6회 말 1사 1, 3루 상황에서 2루 베이스를 밟은 이재현이 1루에 부정확한 송구를 해 타자 주자를 살려 보냈고, 이는 후속 타자 데이비슨의 투런 홈런으로 이어지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 7회 말 2사 3루에서는 김영웅이 평범한 땅볼을 흘리는 포구 실책을 범하며 6-6 동점까지 허용했다.
다행히 두 선수는 '결자해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8회 초 이재현의 결승 솔로포에 이어 9회 김영웅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올리면서 힘겹게 승리를 챙겼다. 스스로 벼랑 끝까지 몰고 간 경기를 간신히 수습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수비수로 불렸던 '국민 유격수' 박진만 감독의 시선은 냉정했다. 이날 경기 직후 박 감독은 "선두 경쟁, 나아가 1등을 하기 위해선 디테일한 부분에서 강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실책 외에도 기록되지 않은 실수가 여러 차례 나왔다"며 팀 전체의 느슨한 플레이를 강하게 꼬집었다. 이튿날(22일)에도 박진만 감독은 전날 경기를 돌아보며 "탄탄하게 갈 수도 있었던 경기를 (아쉬운 수비로) 어렵게 갔다. (수비) 도움이 안 됐던 경기였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이재현-김영웅. 삼성 제공
2003년생 두 선수는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다. 수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재현은 데뷔해인 2022년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성장했고, 김영웅도 2024년부터 주전 3루수 기회를 받으면서 핫코너를 꿰찼다. 두 선수 모두 박진만 감독-손주인 수비 코치의 지옥 훈련을 이겨내며 탄탄한 수비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올해는 부상과 수비 실책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박 감독은 "말을 하지 않아도 (기사를 통해)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기를 대하는 태도나 방향성에 대해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위 경쟁의 분수령에서 나온 치명적인 실수들을 단순한 질책으로 넘기기보다, 주전 내야수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고 깨우치라는 사령탑의 묵직한 경고이자 기대였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때려낸 이재현. 고척=김수민 인턴기자
다행히 당사자들도 자신의 실수를 감싸지 않았다. 허리 통증으로 38일 만에 1군에 복귀해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경기를 치렀던 이재현은, 이날 자신의 결승 홈런에 안도하기보다 수비 실책을 먼저 짚었다. 경기 후 그는 "이겼으니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포장할 수 있겠지만, 오늘 같은 경기는 반성해야 하는 경기다. 앞으로 나오면 안 되는 장면"이라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허리도 괜찮아졌으니,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손주인 코치님과 잘 연습해서 실책을 줄여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보완 의지도 드러냈다.